▲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이 끝난 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해 헌화했다. 청와대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담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다하신 고 이소선 여사님.”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호명된 이름, 고 이소선 어머니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화운동 유공자로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 이소선 어머니 포함 민주유공자 12명 국민훈장 수여

1970년 11월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는 전태일 열사 산화 뒤 아들의 뜻을 이어 평생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1986년 전국민족민주유가협(유가협)을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고인은 2011년 9월3일 소천했다.

이날 정부는 “전태일 열사 분신을 계기로 노동자 권익 개선에 헌신했으며 유가협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대표로서 인권신장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소선 어머니를 비롯해 <전태일 평전>의 저자이자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고 조영래 변호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로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고 박정기 전 유가협 이사장 등 모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유가협 명예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훈장을 받았다.

배 명예회장은 민주화운동 관계자를 대표해 ‘서른세 번째 6월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등 유가협 회원들이 (농성장이나 파업현장 등) 함께 싸우러 다녔다”며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민주화운동 유공자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유가협 명예회장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훈장을 받았다. 청와대


“민주화운동 유공자,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 돼 주셨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민주화운동 유공자 12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실로 이름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이며,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가 돼 주셨던 분들”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예우를 다해 독립·호국·민주유공자들을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위대한 민주주의 역사를 기념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반드시 4·3의 명예회복을 이루고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온전히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도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해 헌화했다. 이 자리에 동행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이 과거 대공분실에서 당한 경험을 이야기하자,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리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6·10 민주항쟁에 맞춰 경찰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인권보호를 내실 있게 하겠다는 내용의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을 제정·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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