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준 변호사(법무법인 인의)

대상판결 :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다208409 판결1)

1. 문제의 소재

피고 회사는 채권추심 및 신용조사 업무를 영위하는 회사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입사해 피고 회사의 각 채권추심부서 및 지점에서 채권관리·추심업무(이는 피고 회사가 금융기관 내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서 추심을 위임받은 채권임)를 담당하던 채권추심원으로, 업무수행에 있어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 동일한 형태로 근무했던 피고 회사 채권추심원들의 퇴직금 소송 선행사건2)이 대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으니 사실상 근로자로서 피고 회사는 법정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피고 회사는 채권추심원들과 체결한 계약이 ‘고용계약’이 아니고, 위임계약에 따른 개인사업자로서 자신들의 판단하에 업무를 수행해 왔으므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성 판단은 채권추심원별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특히 채권추심원들 중 희망모아채권 등(이하 ‘공사채권’이라 하고 공사채권을 담당한 채권추심원들을 ‘공사채권추심원’이라고 한다)을 담당한 원고들의 경우 위임사인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업무매뉴얼에 따라 최소한의 지휘·감독을 해 이들에 대한 근로자성은 부인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해 1심(서울중앙지법 2018. 8. 16. 선고 2017가합539924 판결)과 2심(서울고법 2020. 1. 7. 선고 2018나2047739 판결)은 공사채권추심원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상고심인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기각해(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다208409 판결) 고법 판결을 확정했다.

2. 사안의 쟁점

항소심과 대법원은 피고 회사의 공사채권추심원들을 제외한 채권추심원들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퉈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3)는 법리를 인용했다. 여기에 더해, 피고 회사의 동일한 지점·지사 등 동일한 개별 근무지 내에서도 각 채권추심원들이 추심을 담당한 채권별로도 근로자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법리를 새로이 독자적으로 제시하면서, 대법원이 수차례 그 근로자성을 인정해 왔던 공사채권추심원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논거로 삼았다.

그러나 담당하는 채권의 종류에 따라 채권추심원들의 업무방식과 내용 등이 일부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 차이 역시 이미 피고에 의해 결정된 범위 내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어떠한 채권을 배정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채권 배분 결정권을 피고 회사가 보유하면서 피고에 의해 원고들의 담당 채권이 언제든지 다른 채권으로 재배정될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설사 공사채권추심원들이 다른 채권을 담당하는 채권추심원들에 비해 업무방식에서 일부 자율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피고가 스스로의 필요성에 따라 그 관리의 정도에 차이를 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일 뿐 그것을 근거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4)

3. 비판

채권추심원들이 채권을 추심하는 방법과 내용은 법규상 엄격히 제한돼 있고, 채권추심원들이 담당한 채권에 따라 그 채권추심의 방법과 내용이 달라져 궁극적으로 근무형태마저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항소심은 공사채권추심원들의 경우 다른 채권의 추심을 담당하는 채권추심원들과 그 추심의 방법과 내용이 달라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원고들은 대법원을 비롯해 종전에 채권추심원들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했던 각급 법원 재판과 동일한 정도의 증거들을 제출하고 증명책임을 다했음에도 항소심은 유독 이 사건에서 위 법리를 내세워 원고들의 주장과 증거들을 부정했다. 오히려 항소심은 원고들이 담당한 공사채권과 다른 채권추심원들이 담당한 공사채권 외의 다른 채권이 어떤 점이 다른지, 그 차이로 인해 채권추심원들의 추심 방법과 내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채권추심원들의 추심 방법과 내용에 따라 그 근무형태 등이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증을 하지 않았다.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담당한 채권의 종류와 채권추심원 업무형태의 상관관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항소심이 “동일하게 피고 회사에서 근무했던 채권추심원들 중 금융채권추심원들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피고로부터 구체적으로 지휘·감독을 받은 반면, 공사채권추심원들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 회사가 금융채권추심원들과 공사채권추심원들을 그 근로자성 인정 여부마저 좌우하고 계약상 지위마저 달리 볼 정도로 실질적으로 다르게 대우했는지 증거에 의해 명백하게 확인돼야 할 것이다.

4. 결어

결국 전체적으로 봐 원고들의 근로자성 여부에 관한 최근의 대법원 및 각급 법원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와 본 건 원고들과 피고 회사 간의 사실관계를 비교해 볼 때 근로자성 인정과 관련해 달리 봐야 할 요소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위 판결들의 취지와 동일하게 이 사건 원고들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5)



<각주>
1) 법무법인 인의 안희철 전문위원 공저
2) 피고 회사의 채권추심원들이 이 사건 소송과 동일한 쟁점이 문제된 피고 회사를 상대로 한 퇴직금 지급청구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해 사건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퇴직금 지급 청구를 인용하고 피고 회사의 상고를 기각한 바 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86769, 대법원 2016. 12. 28. 선고 2016다276528 등 다수 판결).
3)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대법원 2013다40612(본소)·2013다40629(반소)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4) 피고 회사와 같은 신용정보사들의 각 지점은 별도의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며, 본부 부서의 승인 없이 지사 내지 지점별, 담당 채권별, 자체적으로 지점운영 계획을 만들거나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피고 회사 지점장들을 포함한 정규직원들이 매년 인사이동을 통해 각 지점(사)별로 순환보직을 하며, 채권추심원들을 감독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지점(사)별·원고별로 근로자성을 다르게 판단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5) 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최근 원고들과 동일한 형태로 근무하다 퇴직한 공사채권추심원들이 퇴직금을 청구한 사안(서울고등법원 2020. 5. 29. 선고 2019나2034730 항소기각, 서울고등법원 2020. 5. 29. 선고 2019나2008472 항소기각)에서 판시했듯이 공사채권추심원도 일반 채권추심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 회사에 종속적 관계에서 근무한 근로자라고 인정해 원고들의 퇴직금 지급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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