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징계위원회 회부에 앞서 징계조사를 받을 때 조력받을 권리를 근로기준법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종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9일 ‘징계조사에서 근로자가 조력을 받을 권리’를 주제로 한 이슈페이퍼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공공부문과 대기업에서는 징계위 회부 전 징계조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작성되는 문답서·진술서·녹취록은 징계위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되지만 이에 관해 노동법상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징계절차에서 사용자의 징계권 남용을 규제하는 수단은 주로 징계위 운영의 적정성에 맞춰져 있었지만, 징계조사 과정에서 인사권 규제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징계조사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며 “징계조사 기간이 길어지거나 징계조사와 함께 대기발령·보직해임·근무장소 이동·인트라넷 차단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가져오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가 미국의 웨인가튼(Weingarten) 권리에 주목한 이유다. 회사 내부 조사절차에서 징계가 우려될 경우 노동자나 조합원이 노조 대표자의 참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1975년 미국 대법원의 웨인가튼 판결에 근거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징계조사 과정에서 노조 대표자 발언권이 일부 제한되기는 하나 조합원 단독으로 조사를 받는 경우와 비교하면 권리침해 가능성을 차단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을 줄일 수 있다”며 “조사기간을 단축하고 징계조사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더욱 확실히 하려면 웨인가튼 권리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웨인가튼 권리와 유사하게 징계조사에서 노동자가 조력받을 권리를 근기법에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노조가 선임하는 대표자뿐 아니라 무노조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 외부전문가가 징계조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제화에 앞서 정부는 징계조사에 관한 실태조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며 “기업 스스로도 조사 과정에서 공정성을 위해 조사절차와 웨인가튼 권리를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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