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지난주 자문노조가 보내온 질의를 검토하다가 지난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지난달 20일, 20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소집돼서 법률안 135건을 무더기로 심의·의결했다. 거기에 노조법 개정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 개정 내용을 보고서 자문노조는 질의한 거였다. 질의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지난달 29일 정부에 이송돼서 이제 그 시행을 앞두고 있는 노조법 개정 법률에는, 노조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노조법을 개정해서 일정하게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니 자문노조는 올해 임단투를 통해 관철하겠다고 사측에 보낼 단체교섭 요구안을 검토해 달라는 거였다.

2.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원조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현행 노조법 81조는 사용자의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가하고 있는데,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운영비 원조행위를 그 부당노동행위의 하나로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서, 다만, 노조법 24조4항에 따른 근로시간면제와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노조법 81조4호). 이런 노조법 때문에, 그동안 예외적으로 근로시간면제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이 금지되고, 후생자금 및 재난 구제 기금의 기부와 노조 사무실 제공 외에는 노조는 사용자로부터 운영비를 받아 낼 수가 없었다. 이처럼 이번에 개정되기 전 현행 노조법에 의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해서, 운영비지급을 요구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안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라며 그 교섭을 거부해도 노조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문제 삼을 수가 없었다. 설사 문제라며 노조가 구제신청하고 제소하더라도, 사용자가 노조의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노동위원회는 판정하고 법원은 판결할 것이 뻔했다.

3.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활동에 사용자의 침해 내지 간섭을 금지해서 노동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사용자가 노조간부를 매수하거나 노조 운영비를 원조해서 자주노조를 어용노조로 전락시키는 짓을 한다면, 이는 당연히 부당노동행위로 금지돼야 하는 것이다. 노조가 요구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과 투쟁을 통해 쟁취해 낸 것이라면 이는 자주적인 노조활동의 결과로 획득한 것이지, 그것이 노조를 어용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도, 노조 운영비지급도 그것이 얼마라도 노조가 교섭과 투쟁으로 자주적으로 쟁취해 낸 것이라면, 그걸 사용자가 노조 조직활동을 침해하거나 간섭하는 행위, 부당노동행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도대체가 자주적인 것을 두고서 자주적이지 않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인데,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자주적인 노조활동을 사용자의 노조활동에 대한 침해 내지 간섭에 해당하는 것으로 취급했던 것이다. 그렇게 취급하도록 했던 위와 같은 노조법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노조법을 노동현장에서 집행하는 고용노동부는 물론이고, 법원도 부당노동행위로 취급해 왔다. 그러나 자주적인 것을 두고서 자주적이지 않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분명히 사용자를 상대로 요구해서 교섭하고 투쟁해서 자주적으로 관철한 것을 두고서 자주적이지 아니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2018년 5월31일 선고한 2012헌바90 결정에서 “부당노동행위 유형 중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조항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었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현행 운영비 원조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던 것이고, 이에 따라 20대 국회는 노조법을 개정하는 의결을 했던 것이다(노조법 개정안의 제안이유 참조).

4. 국회에서 의결된 노조법 개정안을 보자. 위 노조법 81조4호의 단서로 규정하고 있는 예외에 “그 밖에 이에 준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를 추가하고(81조4호 단서), 여기서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1. 운영비 원조의 목적과 경위, 2. 원조된 운영비 횟수와 기간, 3. 원조된 운영비 금액과 원조방법, 4.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5.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방법 및 사용처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81조2항). 자문노조는 바로 이 81조2항의 고려 사항을 감안해서 만든 단체교섭 요구안에 관해 검토해 달라고 질의했던 것이다. 노조법 개정안의 고려 사항은 운영비의 목적과 경위, 횟수와 기간, 금액과 원조방법, 노조 총수입에서의 비율, 관리방법과 사용처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명확하게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노조 길들이기 내지 노조어용화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돼서는 안 될 것이니 회사 발전을 위한 노조활동이니 노사 간 상생협력을 위한 노조활동 운운하면서 그 목적을 적시해서는 안될 것이고, 특히 운영비 규모와 관련해서 조합의 총수입 중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경우 이를 문제 삼을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여기서 일시금으로 지급받는 운영비일 경우에는 그 사용기간을 장기로 하고 그 기간의 조합 총수입에 대한 것으로 적시하게 되면 조합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낮출 수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노조법 개정안의 고려 사항을 고려하고 있자니,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 여부를 그 고려 사항으로 어떻게 판단하겠다는 것인지 자꾸만 국회의 입법에 의문이 든다. 설사 조합의 총수입 대부분을 차지할 경우라도, 운영비 원조행위가 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없다면 이를 두고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서는 안 되는 것인데도, 노조법 개정안의 고려 사항 때문에 논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운영비 지급을 거부하는 구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우리의 경우, 기업별노조이건 산별노조 같은 초기업별노조이건 사업장 내에서 노조 조직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정리해고 실시, 취업규칙 작성 및 변경 등에서 해당 사업장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와의 협의, 심지어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다. 노조법에서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등에서 사업장 단위로 노조의 교섭과 쟁의활동 등을 규정하며,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서는 근로자위원 선임권한 등 노사협의회 구성과 그 운영에서 과반수노조의 관여를 보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가가 법률로 사업장 내에서 노조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업장 내 노조활동을 하는 노조 간부 내지 조합원은 ‘근로자’ 지위를 갖는 해당 사업장 노동자라서, 해당 사업장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아 생존할 수밖에 없다.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사업장 내 노조 조직은 사용자로부터 노조가 운영비로 지급받지 못하면, ‘근로자’인 조합원들이 사용자로부터 지급받는 임금 중 일부를 조합비로 납부한 것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사용자로부터 노조가 직접적으로 지급받는 것이냐, 아니면 사용자가 임금으로 지급하고 조합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 다를 뿐, 운영비 원조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든 아니든 결국은 사용자로부터 받은 비용으로 사업장 내 노조활동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2010년, 노조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 나라에서 사용자 자본과 권력은 근로시간면제자를 제외하고는 일체 전임자로 노조활동하는 걸 금지하고자 했다. 당시 현대자동차의 경우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은 다음해여서 기아차를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자본과 권력은 기를 쓰고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로 노조의 전임자수를 제한하고자 했다. 전임자가 200여명이던 기아차지부를 자문한 나는 이러저런 방안을 제안했다. 그중 하나가 00수당을 통해서 전임자 급여를 확보하는 방안이었다. 그것을 조합원이 조합비로 납부하는 것이라면 그걸 법적으로 부당노동행위로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게 그거’일 수밖에 없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결국 사용자로부터 지급받는 것일 수밖에 없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하는 법 때문에 괜히 00수당과 조합비로 처리하게 됐을 뿐이다. 노조 운영비도 마찬가지다. 사업장에서 노조활동은 결국은 사용자가 지급하는 것을 가지고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혹 운영비 원조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는 입법취지가, 개정안이 고려 사항을 추가해서 고려하라고 한 입법취지가 노조의 기존 운영비 규모를 축소시켜 노조 조직활동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면, 나는 감히 “노조 운영비도 마찬가지”라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건 국가 대한민국이 보장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행사를 법률 노조법을 통해 침해하는 것이라서 당연히 위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려 사항이든 무엇이든, 자주적으로 요구해서 확보한 노조의 운영비에 관해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는 법은 국가권력이 법률로 노조 조직활동을 규제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