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회사와 증권사에서 일했던 A(62)씨는 갑작스럽게 퇴직하게 됐다. 자녀들이 독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된 일자리를 잃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자격증을 취득해 지금은 6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타인과의 비교, 돈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했다”며 “아직도 출근하며 가장 역할을 하는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개인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욕심을 비우는 ‘내려놓음’과 주체적인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8일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 42명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6년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분석한 자료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중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는 공통점이 있었다. 퇴직에 따른 심리·관계·경제적 위기를 회복했고,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내려놓음’을 성공했다.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도 필요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하다 퇴직한 B씨(62세)는 “(퇴직 후) 밀려오는 허탈감과 우울감에 힘들어했다”며 “삶에서 90% 이상 차지하던 일의 비중을 50%로 낮추는 대신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퇴직한 이들은 모두 자신의 무너진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은석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쓸모 있음과 인정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이는 그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행복한 노후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퇴직자의 손상된 자존감 회복을 지원하는 고용·교육·복지 연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한국고용정보원 홈페이지(kei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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