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현 공인노무사(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정책보좌관)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이 시작됐다. 무서운 전파력을 가진 감염병이다. 심지어 무증상으로 전파가 되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처음 발병한 곳이 중국이라 우리나라는 처음에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때문에 전 세계적인 지탄과 주목을 받았다. 특히 대구 집단발병은 이 감염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했고, 우리나라의 대응에 모두가 주목했다. 모든 확진자에 대한 검사와 사회적 거리 두기는 확산을 어느 정도 막았고, 전 세계적인 유행이 시작될 때 한국은 많은 국가의 모범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누구나 아프면, 몸이 힘들면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로나19 초기에도, 지금도 정부에서는 “아프면 쉬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동법에는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지 않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병가 같은 규정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에는 없다. 코로나19 시대에 아프면 쉴 수 있는 병가제도는 그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건강을 위한 필수 제도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파될 당시 나는 서울 구로구근로자복지센터와 서대문구근로자복지센터에서 상담노무사로, 직장갑질119의 이메일 상담스태프로 활동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고·실업급여·휴업수당·무급휴직·임금체불 상담이 상당히 늘었다. 초기에는 “회사의 연차휴가 강요나 무급휴직 강요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는 상담이 오다가 “해고됐다” “회사가 망했다”며 상담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났다. 더 시간이 지나니 “몇 달을 임금도 받지 못하고, 회사가 지속될지, 어떨지 알지도 못한다. 실업급여라도 받고 싶은데 해고도 시켜 주지 않는다”는 호소로 이어졌다. 결국 생계가 큰 문제인 것이다.

노동자들은 보통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회사에 ‘권고사직’이라는 ‘비자발적인 퇴직’을 부탁한다. 노동자는 마지막까지 회사에 부탁을 하고, 잘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퇴직 이후 몇 달간 생계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실업자 중에서 실업급여를 당당하게 받았던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실업급여가 ‘고용되지 않은 많은 국민’의 기본적인 생계 보장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기본소득당은 코로나19 이후 실업과 생계 공포에 대해서 올해 2월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김경수 경남도지사 등도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면서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이번 총선의 화두가 됐다. 경기도는 전 도민에게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정부는 처음에는 중위소득 70%에게만 지급하려고 하다가 논의 끝에 세대별로 전 국민에게 지급했다.

재난지원금은 막혀 있던 경기를 조금이나마 뚫리게 했다. 자영업자들은 바로 피부로 실감했다고 하고, 자영업자가 아닌 수많은 국민들도 많은 돈은 아니지만 기초생활을 조금이나마 누리게 됐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경기부양과 기본적인 국민 삶을 보장하기 위한 재정 투입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을 지원하는 것 위주로 진행됐던 국가 재정지원이 국민에게 직접 이뤄졌다는 의미도 상당하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정부는 1·2차보다 많은 재정을 투자하려고 하지만 국민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지급되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얘기는 아직 없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는가, 아니면 새로운 뉴노멀을 준비했는가. 아니다. 아직 재난은 유지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과 소득이 있는 사람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국민은 2차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가 줄어드는 사회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진보진영뿐만 아니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기본소득을 말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제 정치권을 넘어 국민적인 논의가 돼야 한다. 제도화하기 위한 준비를 정치권에서 해야 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공론화로 실질적인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 이 어려운 시기가 전화위복이 돼 ‘쉼’이 있는 노동, ‘노동’을 못해도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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