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었다는 성공회성당 건물 앞으로 1천300여년 전 만들었다는 첨성대를 본딴 조형물이 섰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고 전시 기획자는 알렸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검은 구름 두텁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바깥 일을 미룰 수도 없었을 터, 그 앞 일하는 사람 등이 젖는다. 이미 땀에 젖은 티셔츠에 빗방울이 별 일도 아니었겠지만, 가랑비에 옷 흠뻑 젖는 줄을 잘 알아 몸이 바빠진다. 힘을 내본다. 그 시각 건너편 시청 앞에서 재난시기 노동자 해고 말라고, 안전망 구축을 호소하던 노동조합 사람들도 갑자기 쏟아진 비에 서둘러 일회용 우비를 챙겨 입었다. 안경에 김 잔뜩 서린 참가자가 현수막을 잡고 동상처럼 섰다. 마스크를 고쳐 쓰느라, 얼굴에 흐르는 빗물을 훔치느라 가끔 손이 움직였다. 누구나가 곧 닥쳐올 위기를 말한다. 그것은 장맛비 같을 것이라고도 한다. 일하는 누구나에게 튼튼한 우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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