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시민사회대책위와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주최로 3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피해사례와 사각지대 제로 운동의 방향 ‘ 집담회에서 돌봄노동자가 현장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평일 800만원을 기록하던 매장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600만~7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본사에서는 셀프계산대가 곧 설치될 거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요. 인정받던 직원 한 분께서 연봉직 재계약을 앞두고 3월에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고, 제보자도 5월 재계약에 실패했습니다.”

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소개한 20대 청년 제보자 A씨 사례다. 집담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피해사례와 사각지대 제로운동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김창수 대표에 따르면 자칭 ‘국민가게’인 다이소에서는 계약직 노동자가 2년간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이소에서 1년간 일했던 고졸 청년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달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김창수 대표는 “자본이 인력을 줄이고 셀프계산대를 설치하는 것에 코로나19 국면을 활용하고 있다”며 “A씨에 대한 해고로 남아 있는 무기계약직들은 더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됐다”고 꼬집었다.

제화공 “하청업체도 4대 보험 재정능력 없어
정부가 특수직군으로 지정해 지원책 마련하라”


A씨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감·소득 감소로 전국 곳곳에선 노동자들이 생계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위협은 특히 특수고용·프리랜서를 비롯한 비정규 노동자와 영세 사업장 노동자, 고졸 청년노동자 같은 취약계층에 집중됐다.

사실상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인 제화노동자나 봉제노동자도 생계위협에 놓인 직군 중 하나다. 이날 박완규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부지부장에 따르면 제화노동자들은 올해 2월 기준에 비해 노동시간과 작업 수량은 30~70% 이하로 급감했다. 고정급여 없이 물량을 만드는 만큼 공임을 받는 탓에 급여도 고스란히 비슷한 비율로 줄었다. 주 5일 출근할 만큼 물량이 없어 다른 일을 하거나 주 2~3일 정도만 출근하는 제화공들이 다수다. 하지만 제화공들은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인 탓에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고용유지지원금을 비롯한 혜택을 받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사측에 4대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부지부장에 따르면 제화업계의 90% 정도가 하청업체인데, 하청업체들이 4대 보험료를 감당할 만큼 재정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박 부지부장이 “본사에서 어떤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고용보험 가입이 어려울 것 같은데 본사도 그렇게 할 만한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국가가 제화공을 특수직군으로 지정해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문화예술계 민낯
‘배고픈 예술가’ 프레임 벗어나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문화예술 노동자들의 소득도 크게 줄었다. 주된 수입원이던 공공부문 시행 축제나 문화행사·전시·공연·상연회 등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기 때문이다. 문화센터·복지회관·도서관 등에서 하던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대부분 취소됐다. 박선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은 “예술가들의 어려움은 이번 코로나19 때문도 있지만 그동안 켜켜이 쌓인 문제가 이번 사태로 표면화됐을 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며 “현재 자본주의 체제에서 예술로 수익을 내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예술인은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혁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선영 팀장은 “대한민국에서 작동되고 있는 ‘배고픈 예술가’ ‘자유로운 영혼’ 같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예술이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집담회 참석자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일자리 피해사례 발표에서 보듯 다양한 사례가 존재하며 위기의 폭과 깊이도 제각각”이라며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자리 현황을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창수 대표는 “경력이 적은 청년층 노동자의 해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은 노조도 없고 연령도 낮아 당당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우리나라 청년 노동정책은 대졸자 중심인데 고졸 청년노동자에 대한 별도 대책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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