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언론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회사는 결정된 바 없다, 아니라고만 하고 있어요. 지난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때 참 좋아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일하는 김규순(54)씨. 7월이면 그가 안산점에서 일한 지 꼭 20년이 된다. 홈플러스 노사는 지난해 2월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고, 김씨를 포함해 1만4천여명이 같은해 7월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정규직이 된 기쁨을 느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지난달 초 홈플러스가 안산점·둔산점·대구점 폐점을 전제로 세 곳을 매각해 주상복합건물을 세운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김씨는 “수십 년을 일한 대가가 이것이냐”며 “입점업체 직원까지 포함해 1천여명이 일하는 매장을 폐점하면서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와 홈플러스일반노조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량 실업 양산하는 밀실매각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테스코에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매각이 예정된 3개 매장은 매각 주관사가 확정된 상태다. 두 노조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안산점을, 딜로이트안진이 둔산점과 대구점 매각 주관사를 맡았다. 매각이 완료되면 개발과 관련한 인허가를 받기 전까지 홈플러스가 임차해 운영한다.

노조는 “매각 1순위로 추진 중인 안산점은 홈플러스 대형할인점 140개 중에서 매출액도 높고, 직영직원수도 218명이나 되는 알짜매장”이라며 “이런 매장을 하루아침에 폐점하는 이유는 홈플러스, 그리고 직원이 죽든 말든 이익을 챙겨 가려는 MBK파트너스의 탐욕 탓”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안산점이 폐점하게 될 경우 입점업체 직원을 포함해 모두 1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직원들을 주변점포에 배치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왔지만 노조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노조는 “안산점 직영직원 200여명을 추가 수용할 주변점포는 없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측은 “자산 유동화차원의 세일즈앤리스백을 했을 뿐만 아니라, 매각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며 “지난해 무기계약직 1만4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이분들은 재교육을 하고 인력을 더 필요로 하는 부분에 배치시키는 등 고용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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