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20. 5. 21. 선고 2019나53176 판결

1. 사안의 개요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는 시각장애인에게 이동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1)를 운영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센터장으로서 원고들의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운전원이다. 센터에는 200여명의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중 대부분인 180여명이 원고들과 같은 운전원이다. 나머지는 시각장애인 차량신청을 접수하거나 관제시스템 입력 업무를 보는 관제원·사무직원이다.

서울지부 보수규정은 직군을 가리지 않고 소속 직원 모두에게 적용되는데, 동 규정은 직원들의 군경력을 100% 인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센터는 사무직원들과 달리 운전원들의 군경력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호봉산정에 있어 군경력이 누락된 결과 운전원들은 기본급, 기본급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기말수당(기본급 100%), 명절휴가비(기본급 60%), 법정수당(연장·야간·휴일·연차수당 등)을 적게 받고 있는 임금체불 상태가 10년 넘게 지속됐다.

이에 운전원인 원고 30여명은 2017년 9월25일 누락된 군경력을 호봉에 산입해 다시 계산된 임금(기본급·기말수당·명절휴가비·법정수당 등)과 기지급된 임금의 차액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2. 법원의 판단2)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으며 피고가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이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피고는 “이 사건 보수규정에 우선해 서울시 장애인복지사업안내가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사업안내는 “이 사건 센터의 운영주체는 해당 자치구와 협의를 통해 운전원 등 종사자의 보수지급기준을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운전원인 원고에 대해서는 서울시와의 사전 협의 및 승인 절차를 통한 별도의 보수체계가 존재하고, 이 사건 보수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피고 주장이었다. 또한 운전원인 원고들의 경력 인정에 대해서는 보수규정 8조2항5호3)에서 별도로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에게는 군경력 산입에 관한 보수규정 8조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① 보수규정은 직군을 가리지 않고 이 사건 센터의 직원들 모두에게 적용된다. ② 보수규정과 보수규정에 우선해 적용되는 서울시 장애인복지사업안내 모두 호봉을 산정함에 있어 군복무경력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③ 피고는 사전에 서울시장의 승인을 받아 운전원 등 종사자의 보수지급기준을 조정할 수 있으며, 운전원인 원고들에 대해 호봉별 기본급을 별도로 정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직군 간 같은 호봉일 때 기본급이 다르다는 사실이 호봉산정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④ 오히려 관련 규정의 체계에 비춰 보면 운전원들인 원고들의 임금은 군복무경력을 포함한 호봉을 확정한 다음, 그 호봉에 운전원의 업무특성 등을 고려해 운전원에 대해 별도로 정한 호봉별 기본급을 곱해 산정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⑤ 보수규정의 체계상 보수규정 8조2항5호는 운전원인 원고들에게 ‘군복무 경력과 별개로 운전기사 근무경력을 추가로 인정’하는 규정일 뿐, 보수규정 8조1항을 배제해 군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3.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설치된 다양한 지역사회 재활시설(장애인복지관, 수어통역센터, 그리고 이 사건 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다. 위 시설의 인건비는 국고 혹은 지방자치단체 재정에서 충당되고 있으며, 관리운영 주체가 별도로 존재하나 사실상 국가와 지자체에서 이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서울시가 사실상 관리운영하고 있는 지역사회재활시설의 운전원들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타 직군(사무직 등)과 달리 군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원고는 운전원으로서 내근직과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며 이용자들로부터 징수한 이용료(운행수입금)를 수취4)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취업규칙의 잘못된 적용·해석을 정당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상판결은 보수규정의 각 조문, 보수규정과 이에 우선해 적용되는 서울시 장애인복지사업안내에 대한 문언적·체계적 해석을 통해 운전원인 원고들에게도 동일한 경력인정 규정이 적용돼야 함을 분명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가 적용배제 근거로 든 규정은 오히려 운전원인 원고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유사 경력(운전기사 경력)을 추가로 인정하는 근거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판결 이유만을 보면 논란의 여지없이 명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에 적용되는 규정들이 구구하다 보니 이를 정리해 각 규정 간 적용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같은 규정 내 조항들을 충돌 없이 해석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본 사건을 진행하면서 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은 한 차례 정리가 이뤄졌다. 그러나 센터가 아닌 다른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에서도 규정미비 혹은 규정충돌 같은 유사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시설운영 주체와 이를 관리·감독하는 국가 혹은 지자체가 만든 규정들이 체계 없이 상존하다 보니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설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자신들에게 도대체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조차 쉽게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연히 인정받아야 할 경력을 10년이 넘게 인정받지 못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 근로자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노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근로조건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본 판결이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분명히 하고, 이를 향상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기를 희망한다.



<각주>

1) 장애인복지법 58조 및 시행규칙에 근거를 두고 있는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사업의 재원은 100% 서울시에서 부담함.

2) 대상판결은 이유에서 1심 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음.

3) “운전기사 근무경력을 30% 이상 100% 이내에서 인정하며, 인정 범위는 지부장(시설장)이 결정한다”고 규정.

4) 관련 규정 개정으로 현재는 사용자인 피고에게 운행수입금이 입금됨.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