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다시 포스트잇이 빼곡 붙었다. 혼자서 안전문 고치다 죽은 김군의 4주기, 닮은꼴 죽음이 멈추질 않아 거기 적힌 내용이 처음과 다를 바 없다. 그 앞 죄지은 듯 고개 숙인 사람들 얼굴에 마스크가 조금 달랐을 뿐이다. 실은 그게 다 익숙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날마다 명복을 빈다. 새로운 죽음 앞에 지난 죽음을 떠올리는 일이 흔했다. 오늘 구의역 앞 편의점 알바노동자가 컵라면과 포스트잇 바코드를 찍는다. 오토바이 배달노동자가 흰 국화를 싣고 달린다. 포스트잇은 특정 제품명이었지만 접착식 메모지의 대명사가 됐다. 구의역 김군은 청년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 됐다. 손글씨 삐뚤빼뚤 적어 붙인 추모의 글은 언젠가 스마트폰 속 사진으로 남았다. 그중 하나가 크게 인화돼 고 김용균을 추모하는 분향소 배경이 됐다. 두 죽음은 지독하게 닮았다며 사람들이 울었다. 구의역 김군의 스크린도어 추모벽 사진 위로 김용균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써 붙이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늘날 분향소엔 컵라면 말고도 편의점 도시락과 간편식 국과 빵 같은 온갖 먹거리가 놓인다. 하루는 시들어 가는 국화더미 옆에 생크림 케이크가 놓였다. 김군의 생일이라고 동료와 시민들이 촛불 붙이고 고개 숙였다. 기일 다음날이었다. 또래 청년이 스마트폰 들어 포스트잇 다닥다닥 붙은 추모의 벽을 또 한 번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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