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빛나라 변호사(오빛나라 법률사무소)

“임계장” “고다자”라는 말을 들어 봤는가.

‘임시계약직 노인장’이라는 뜻의 “임계장”과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의 줄임말인 “고다자”는 고령의 노동자를 일컫는 은어다. 최근 아파트 주민의 갑질로 경비노동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 조정진 작가가 은퇴 이후 임시계약직 고령노동자로 지내면서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풀어낸 ‘임계장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됐다. 서글픈 노동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이 은어들 또한 함께 알려졌다.

경비노동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벼랑 끝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열악한 노동환경은 예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입주민 갑질 외에도 변칙적인 휴게시간, 경비업무 외 업무 병행, 경비노동자의 고용불안 같은 다양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경비노동자는 대표적인 감시적 근로자다.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연장가산수당·휴일가산수당·주휴수당도 받을 수 없다. 이에 더해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악용한 편법적인 관행 때문에 경비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린다.

경비노동자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경비업무 외에도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수령 업무, 제초작업, 불법주차 단속, 주차대행 같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보호 대상에서 경비노동자를 제외한 것은 감시업무가 주업무여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다는 이유다. 그런데 오히려 주업무인 경비업무보다 그 외 업무가 전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경비노동자가 저임금을 받으면서 장시간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경비노동자에 대한 입주자의 괴롭힘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입주자 등은 경비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벌칙규정이 없어서 실효성이 없다.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관계를 이용해서 다른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고용하기보다 경비용역회사가 간접고용하는 경우가 많은 경비노동자의 경우, 아파트 입주민이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경비노동자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고용불안이다. 대부분 경비노동자는 경비용역회사에 소속된 간접고용 형태다. 6개월이나 3개월, 심하게는 1개월로 근로계약 기간을 줄여서 계약하는 관행이 확대되고 있다.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근로자가 3개월 이상을 계속 근무한 경우 사용자는 적어도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해야 한다.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을 때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근로계약 기간 중에 해고를 하는 게 어렵다. 경비용역업체는 입주민 민원에 민감하다. 그래서 계약기간을 짧게 한다.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 불만이 접수될 경우 근로계약 기간 만료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당 경비원을 쉽게 내보낼 수 있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근로계약 기간의 하한이 없다. 법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경비원처럼 6개월 미만으로 초단기 근로계약을 하는 것에 대한 규제장치가 없고,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도 없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2년을 초과해 일한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지만, 55세 이상 고령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60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인 경비원들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비노동자들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초래한 사회인식적 요인은 고령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라는 분석이 있다. 하루빨리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은퇴 이후에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고 있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인 경비노동자가 사회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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