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야가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원구성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같은 주요 이슈를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협치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정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156분간 코로나19 극복방안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문 대통령 “협치의 쉬운 길은 자주 만나는 것”=이날 청와대와 두 원내대표에 따르면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대화에서 주 원내대표의 국민통합을 위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 참석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회동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며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것이 좋은 첫 단추”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현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여야정 상설협의체 설치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청와대는 이날 격식 없이 대화가 이뤄진 자리인 만큼 별도의 합의문을 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자주 만나자, 정기적으로 만나자는 발언에 (협치의 제도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앞으로 두 원내대표가 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적인 국회 개원”을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 방식으로 개원을 못해 왔다”며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며 “공수처 7월 출범이 차질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원구성·공수처 둘러싼 여야 온도차는 여전=하지만 여야 원내대표는 원구성을 둘러싼 온도차를 드러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하는 국회를 위해 정상적으로 국회를 개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주 원내대표는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공수처와 관련해서도 여야 간 입장차는 그대로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수처법을 검찰통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우리 당 입장을 전달했다”며 “특별감찰관을 3년간 임명하지 않는 데 대한 문제점도 말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 밖에도 재정건전성·위안부·탈원전·안보·규제완화·노동유연화 등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와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규제완화와 세제(감면)에서 반기업 정서가 없어지고 고용유연성이 유지돼야 리쇼어링(제조업 회귀)이 가능하고 국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무장관’ 신설 요청에 문 대통령 “논의” 지시=특수고용직 고용보험 가입과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고용보험료를 사용자가 부담할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재원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고용보험 확대만 되고 고용유연성이 되지 않으면 리쇼어링이 어렵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예술인만 통과된 것은 아쉽고, 특고는 내년에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전 국민 고용보험을 위해) 진짜 어려운 게 자영업자인데 소득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노동유연성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외에 국무총리가 목요대화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논의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특임장관 출신인 주 원내대표는 정무장관 신설을 요청했다. 그는 “특임장관 시절 정부입법 통과율이 4배로 올라가더라”며 “야당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와 만남이 조심스럽지만 정무장관이 있으면 만나기 편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의논해 보라”고 지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이야기는 직접 꺼내지 않았다”며 “국민통합 협치의 환경조성이라는 부분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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