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가 은행 사용자측의 교섭해태를 비판하며 쟁의행위 절차를 밟고 있다.

27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 22일 지부가 신청한 2019년 임금·단체교섭 쟁의조정과 관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지부는 다음달 중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일정을 조율한다.

지부는 은행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노사는 2월27일 임단협을 시작했다. 지난달 16일까지 16차 교섭을 했고, 3월 한때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정도로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런데 3월 말 돌연 은행측이 유연근무제와 연차휴가 의무사용일수 확대, 자녀 학업증진금 폐지 같은 임단협 안건을 다시 제시하면서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노사는 중노위에서 연 네 차례 조정회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이 마무리 단계에서 악의적으로 추가안건을 제시하며 고의적으로 교섭을 지연하고 파행으로 몰아갔다”며 “중노위 조정회의에서도 은행장이 출석요구에 불응하며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은행측이 노사정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 삼았다. 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 노사정 공동선언을 했다. 특별연장근로 시행을 검토하되 경영평가를 유보하거나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노조는 “은행이 금융산업 노사의 교섭 틀인 산별중앙교섭을 부정하고 금융 노사정 공동선언의 실효성을 짓뭉갰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금융 노사정 합의에 유독 KEB하나은행만 시간을 끌며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금융지원을 미끼로 은행상품을 끼워 팔며 직원들을 실적 줄 세우기에 몰아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부 관계자는 “6월 중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현재 상황을 보고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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