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종료를 선언한 가운데 구조조정 신호탄이 올랐다. 그런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공장이 위치한 충남 아산시 탕정행복복지센터(면사무소)에서 첫 단체교섭을 열자고 하면서 노사관계도 꼬이고 있다.

생산 중단 LCD제조 공정 소속 3천385명

25일 삼성디스플레이노조(공동위원장 김정란·이창완)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3월31일 직원들에게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LCD 생산을 중단하고 QD(퀀텀닷·전류를 흘리면 스스로 빛을 내는 양자를 주입한 반도체 결정) 디스플레이로 본격적인 전환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올해 말까지 생산과 공급을 이어갈 계획이며 업무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임직원을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의 사내메일은 6천명에게 전달됐다. 이 가운데 대형LCD제조기술센터 소속은 3천385명이다.

지난해 10월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13조원을 QD 디스플레이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QD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은 LCD에 비해 투입 인원도 적고 제조공정도 달라 전환배치가 쉽지 않은 조건이다. LG디스플레이도 LCD 사업 부진으로 2017~2018년 2년간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6천500명이 퇴출됐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사업부 일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개별적으로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조조정 신호탄이 올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회사측에 LCD 사업 종료에 따른 로드맵을 요청했다. 사측은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면서도 협력사 납품 물량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노사 첫 교섭 의제는 ‘고용안정’

이런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노사의 첫 단체교섭이 26일 열린다. 노조는 LCD 사업 종료에 따른 고용안정과 후속대책을 우선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첫 단체교섭 장소와 교섭위원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노사 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사측이 교섭 장소를 코로나19 예방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사업장이 위치한 충남 아산 탕정행복복지센터(면사무소)로 잡았기 때문이다. 이날 교섭에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김정란·이창완 공동위원장이 참가하지만 사측 교섭대표인 이동훈 사장은 불참한다. 김종근 상무이사와 인사팀 관계자가 참석하지만 회사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교섭 진행”을 내세워 이미 교섭권한을 외부 공인노무사 2명에게 위임한 상태다.

노조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불통을 넘어선 먹통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완 공동위원장은 “얼마 전 사측은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을 방문하자 회사 회의실을 내주고 노조관계자 근태 협조도 해 줬다”며 “그런데 첫 교섭 장소는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회사 외부를 고집하고 근태 협조도 하지 않아 일부 노조 교섭위원들은 밤새워 일하고 교섭장에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그룹 경영진의 노사문화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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