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산업재해 피해노동자들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장해급수를 잘 받는 것’이지만 장해급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해 브로커가 난립했다. 각종 범죄도 끊이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의 일관되지 못한 행정으로 노동자가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척추에 나사못을 고정해 움직임을 막는 척추기기고정술 시행시 장해등급 문제다.

노동자가 각종 척주 부위 재해를 입거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관혈적수술·비관혈적수술·고정술을 의사의 재량과 판단으로 시행한다. 척추기기고정술은 척주 분절 부위에 금속형 나사못을 이용하는 수술방법이다. 위험도도 크고 장해도 많이 발생한다. 문제는 척추기기고정술을 했을 때 신체 상태에 대해 장해급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의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에 한해 장해를 인정한다”는 것이다(보상팀-5053, 2009년 8월5일). 과잉진료, 주치의사의 과도한 수술, 의사와 환자의 공모를 통한 수술 때는 장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타당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일면적 판단이다.

일단 척추기기고정술 시행 여부는 고도의 의학적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고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과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 명시된 것처럼 의사는 척추기기고정술을 시행할 때 세부 기준과 환자의 임상적 상태를 종합해 판단한다. 수술 적정성은 MRI 등과 달리 실제 수술시 상태에 따라 달리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주치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재량에 따라 고정술을 시행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이 불인정할 경우 그 불이익은 재해자 몫이 된다. 수술비를 포함한 요양비만 지급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장해상태도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 장해의 법률적 개념, 판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의사가 고도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수술을 시행해 노동능력 상실이라는 결과가 이미 초래돼 있는데도 이를 “결과”로서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대법원은 “의사의 판단과 권유에 따라 이뤄졌고 담당 의사의 판단이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 승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장해상태를 배제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두13897 판결).

셋째 ‘요양 중 의료사고 산재판단 지침’과도 형평이 맞지 않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요양 중 의료사고 산재판정 지침’(2018년 7월5일)을 마련하면서 “재해 상병 부위와 다른 부위 수술 등으로 요양을 해야 할 경우도 의료기관이나 의사의 과실 때문에 다른 부위 수술 등으로 요양이 필요하면 요양 중 의료사고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이로 인해 의사의 과실로 다른 부위에 시행된 잘못된 수술은 산재에 포함된다. 그러나 의사의 의학적 판단으로 시행된 고정술은 여전히 요양 중 의료사고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넷째 공단 행정에 일관성이 없다. 공단은 2008년 7월 척주 장해등급 판정기준 개정 이전에는 척추분절 골유합술 유무 및 수에 따라 장해등급을 인정했다.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임의로 척추고정술을 받은 자에 대해 “장해등급은 치료가 종결된 후 신체에 남아 있는 실제 장해 정도에 따라 결정함이 타당하다”는 입장이었다(2003년 11월19일 보상6602-1523 참조). 요양급여를 많이 지급하는 과잉진료 여부는 별론으로 했다. 그런데 2009년에 별다른 이유 없이 입장을 바꿔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장해를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됐으나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으로 인해 노동능력이 상실되거나 감소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정술과 유합술을 받으면 신체적 훼손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요양 중 의료사고 산재판단 지침과 마찬가지로 명백한 범죄행위가 아닌 이상 장해로 평가돼야 한다. 자신의 척추에 금속 나사못을 박는 것을 원하는 노동자는 없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