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28일이면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 4주기다. 하지만 끔찍한 산업재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천의 한익스프레스 소유 물류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무려 3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10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었다.

이런 산재가 계속 발생하는 원인은 안전관리 최종 책임자인 기업 대표와 기업이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 노동자 고 김태규씨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원청 대표와 임원까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중간관리자와 현장 노동자만 기소했다. 구형은 각각 실형 1년과 6개월이 전부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기소된 기업에는 벌금 1천만원이 구형됐을 뿐이다.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사고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올해 2월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였던 삼성중공업 조선소장에게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안전보건 부서 부장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 과장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을 뿐이다.

이처럼 경영자에게는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으니 굳이 ‘안전’에 비용을 들여가며 산재를 예방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의 산재 처벌구조는 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을 관할하고 지배하는 경영자가 재해 위험을 평가절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재해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까지 산재가 만연한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2018년 971명에서 855명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루에 2.3명은 자신의 일터에서 사망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률 1위다.

영국이나 캐나다는 인명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20대 국회 때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고 노회찬 의원이 이른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인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곧 20대 국회 폐회와 함께 폐기될 운명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나 법인이 소유·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사람이 생명·신체 안전에 위해를 입지 않도록, 사업주·경영책임자가 방지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사업주나 법인이 3자에게 임대·용역·도급을 행한 경우, 그 사업주·법인(원청사업주)과 3자는 공동으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도록 했다.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법인에게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되 전년도 매출액이나 수입액의 10분의 1 범위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다. 영업정지 같은 제재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감독의무 또는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이 직무유기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1대 국회 개원이 코앞이다. 더 이상 자신이 일하는 터전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21대 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부터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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