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저가수주와 출혈경쟁에 내몰린 중형조선소의 생존을 위해 조선업체들 간 상생이나 조선·해운업이 공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는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5간담회의실에서 ‘중형조선소 생존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제 살 깎아 먹기 경쟁, 정부가 중재해야”

토론회에서는 저가수주와 출혈경쟁에 내몰린 중형조선소의 현실을 보여주는 증언이 잇따랐다.

이장섭 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장은 “지난해 13척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본계약을 하기 10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다른 국내업체가 가격을 30만불 낮춰서 그 배를 가지고 갔다”고 말했다.

박경태 성동조선해양지회장은 “국내업체끼리 제살깎아먹기 과다출혈경쟁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5만톤이든 10만톤이든 사이즈별로 수주 구간을 설정하거나 수주가에 대한 하한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준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이해관계자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중소형 친환경 선박 시장 창출에 나설 예정이고,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도 6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고용노동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목적법인 설립 통해 비용 절감,
“자국 화물 적취율 높여 조선·해운 윈윈”


비용절감을 위해 중형 조선업체를 통합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SPC을 설립해 설계와 영업을 같이 하고 기자재를 공동구매하면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박종식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현재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중형조선소 지분을 SPC에 출자하는 방식이 하나의 방법”이라며 “일본도 최근 국토교통성 주도로 15개 주요 조선소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PC 설립이 비용절감에 그치지 않고 인재 확보로 이어져야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중형조선소가 살아나려면 생산역량 숙련뿐 아니라 엔지니어링 숙련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단일 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SPC를 통해 기술력 집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선·해운업계가 ‘윈윈’하기 위해서라도 국적선사의 자국화물 적취율(국내 화주가 국내 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국화물 적취율이 올라가면 국내 선사는 선박을 늘려야 하고, 이는 발주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컨테이너와 전략물자의 국적선사 적취율은 각각 45%·58% 수준이다. 일본과 대만의 경우 석유·철강같은 전략물자는 100% 자국적선을 활용하고 있다. 국적선 적취율 향상은 국내 선주사들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졌다.

박종식 연구원은 “2018년 출범한 해양진흥공사가 국내 선사가 화물을 많이 맡을 수 있도록 일정 역할을 한다면 해운과 조선의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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