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올해 1월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수를 포함해 일부 산재통계와 함께 2020년 사업장 관리·감독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가 855명으로 2018년에 비해 116명 감소(11.9%)했다. 노동부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 행정, 관계기관과의 유기적 협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올해도 선택과 집중 방식의 관리·감독을 실시하고 건설업에 집중했던 순찰점검·감독을 제조업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노동부 발표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산재통계를 연초에 발표한 것부터 이례적이었다. 산재통계는 전년도 자료 취합과 분석에 시간이 다소 소요되기 때문에 보통 4~5월께 발표한다. 당시 정부에서 고용관련 통계를 입맛대로 해석해 성과를 부풀리려 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었는데, 이와 맞물려 또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산재통계 분석에서 절대적인 사망자수만을 가지고 비교·분석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비율인 사망만인율을 비교·분석하는 것이 상식 중 상식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이런 기본적인 상식조차 무시하고 2018년에 비해 사고 사망자가 줄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화자찬격의 결론을 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정책방향까지 결정했으니 노동계와 관련 전문가들이 이를 비판하고 나선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우려했던 대로 노동부 발표가 엉터리였음이 드러났다. 노동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9년 산재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사고사망자수가 485명에서 428명으로 57명 줄어든 것은 맞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2018년 294만명에서 2019년 249만명 수준으로 대폭 감소함에 따라, 사고사망만인율은 1.65명에서 1.72명으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사고사망자가 971명에서 855명으로 줄어듦에 따라 전체 사고사망만인율은 0.51명에서 0.46명으로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광업·임업·건설업은 사고사망만인율이 증가하고 제조업, 전기·가스·수도업, 운수·창고·통신업, 기타의 사업, 기타(어업·농업·금융보험업) 업종은 감소했다. 2019년 산재 사고사망자가 줄어든 것은 건설업이 아닌 다른 업종 때문이었다. 더 줄어들 수도 있었는데 건설업 때문에 더 줄지 못한 것이다.

2016년 대비 사고사망만인율을 2022년에는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2018년 1월 발표한 뒤 노동부는 같은해 5월께부터 건설업 사망재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산재 사고사망자의 절반가량이 건설노동자고, 최근 몇 년간 사고사망만인율이 증가 추세에 있었으므로 건설업에 집중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쏟아부은 역량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는 것이 이번에 여실히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발표된 2018년 산재통계에서 2018년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이 거의 줄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효과가 나타날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사고사망만인율이 오히려 증가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는 최근 몇 년간 건설업 사고사망 감소를 위해 노동부가 쏟아부은 노력이 거의 혹은 별로 효과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노동부는 지금까지 하던 정책을 계속 실시하고 심지어 제조업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런 정책들로 어떻게 사고사망을 줄이겠다는 것인가.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 증가에 대한 제대로 된 원인분석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정책들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동안 제기됐던 노동계와 관련 전문가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전히 원청 건설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30%를 넘게 차지하는 건설기계장비 사고를 원청에서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고사망 감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노동계와 관련 전문가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상식을 무시한 숫자놀음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는 명백히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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