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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노동센터 창립 20주년을 맞으며
▲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의장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0일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낮은 곳으로 향하는 연대’를 기치로 한국 최초 비정규노동 전문운동단체로 설립한 센터는 지난 20년 동안 쉴 틈 없이 비정규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면서 조직화를 지원했다. 다종다양한 정책연구와 통계조사로 비정규 노동자 실태를 파악하고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주력해 왔다. 출범 초기 부설 민주노무법인을 두고 상담활동도 활발하게 했고, 인터넷방송국인 워킹보이스(workingvoice)를 통해 비정규 노동자의 육성을 널리 전파하기도 했다. 지금은 독립한 부설 산업노동정책연구소를 설립해 비정규노동 문제의 근본 해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센터는 현장연대와 정책연대를 기본으로 ‘비정규노동법 개악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 활동에서부터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와 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최근의 최저임금위원회·일자리위원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와 서울노동권익센터·서울감정노동센터 수탁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린 비정규 노동자 권익증진을 위해 나름대로 제 몫을 해 왔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런저런 우여곡절과 풍상이 끊이지 않았지만, 비정규노동 문제 개선과 해결로 하루빨리 문을 닫는 게 숙원인 센터의 사명을 잊지 않고 줄곧 달려 왔다.

최근 입주민 갑질과 폭행으로 너무 안타깝게 돌아가신 경비노동자 최희석님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재로 희생된 서른여덟 명의 일용직 노동자를 떠올린다.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산재 사망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우리 사회 노동현실을 목도하면서 노동단체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반성하며 고심하게 된다. 해고를 일상적으로 겪어 온 아파트 경비노동자처럼 대다수 비정규 노동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고용불안이 구조화된 체제 속에서 일하면서 잘리고 차별을 감내해 왔다. 공공부문은 그나마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민간부문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은 개선 여지 없이 암울하다. 비정규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야 사회여론이 주목하고 법·제도 개선이 현실화하는 방식을 극복하고, 예방과 권리 보장이 우선되는 사회를 바라는 건 그저 소망일 뿐일까. 힘겹더라도 포기할 순 없다.

센터가 창립하고 활동한 20년 동안 비정규직 문제는 핵심 노동의제로 사회적 공인을 받았고 노동관련 법·제도 개선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하지만 당사자인 비정규 노동자의 처지는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새 세월호 참사와 촛불항쟁을 비롯해 사회적 변화를 불러 온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한국이 가입해 있는 지금도 여전히 불평등·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노동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 비정규운동 20년의 성과와 한계를 총괄 평가하면서 구호뿐인 비정규직 철폐를 넘어선 실질적인 노동현실 개선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노동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린 플랫폼 노동과 여성·청년·노인노동 같은 가장 취약한 부문의 노동문제부터 해결할 방도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국회·지자체와 노조가 제대로 주목하지 않는 사각지대 노동자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노동하는 한 사람 한 사람 당사자들의 일상이 개선될 수 있도록 활동해 온 센터와 같은 노동단체가 해야 할 일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특수고용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를 비롯한 취약계층 노동자가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이제야말로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사정 모두 주력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시대 양대 노총이 포함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도 앞두고 있고 노동 현안과 의제들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이참에 세상살이가 자본의 이윤극대화 중심이 아닌 연대와 상생, 생태친화적 공동체 형성으로 한국호 항로를 변경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10년 7월부터 센터 상근 소장으로 10년 동안 활동해 온 필자는 창립 20주년 당일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어느 곳에서든 할 일은 다르지 않으므로 센터 창립취지문 글귀를 읽으며 초심을 잃지 말자 다짐해 본다.

“비정규 노동의 문제는 ‘노동문제’의 차원을 넘어 ‘인권문제’ ‘사회문제’의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우리는 비정규 노동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파악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조직화를 촉진하기 위해 광범한 역량을 집약할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설립하고자 한다.”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의장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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