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67013 판결

1. 사건 개요

피고 주식회사 웰리브는 대우조선 사내 통근차량과 구내식당을 대우조선에서 도급받아 운영하는 업체다. 피고는 다시 차량운행은 웰리브수송, 식당운영은 웰리브푸드 같은 상호의 개인 사업자들에게 재하청 주는 형식으로 사업부문 전체를 재하청으로 운영했다. 원고는 이 중 웰리브수송 소속 근로자다.

그런데 웰리브수송을 포함한 피고의 하청 대표는 피고의 근로자였던 자들이다. 모두 피고가 ‘수송지원팀장’으로 인사발령을 내면 그 사람이 웰리브수송을 맡는 등 형식과는 달리 웰리브수송은 피고의 부서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원고는 실질적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 당사자 주장

원고는 “웰리브수송은 사실상 피고의 일개 부서에 불과하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수급업체인 웰리브수송 대표들 역시 피고의 근로자에 불과하므로, 이들의 업무지시나 인사권 행사는 모두 피고의 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개진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웰리브수송 등 각 수급업체는 피고의 각 사업부문 팀장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설립했고 피고는 이들 수급업체 대표를 인사카드에 ‘팀장’으로 표기했던 점 △피고가 원고를 비롯한 수급업체 직원에 대해 교육·연수를 실시하고 다른 사업부서로 인사이동도 실시한 점 △업체 사장인 수급업체 대표를 도급업체인 피고가 정년퇴직시키면서 퇴임식까지 열어 준 점을 제시했다. 이어 △특정 시기에는 수급업체 대표가 아닌 피고의 수송지원팀장이 직접 웰리브수송을 운영한 점 △피고는 수급업체인 웰리브수송 명의의 계좌를 직접 관리하면서 그 계좌로 원고의 임금·퇴직금을 직접 반환받았고 출장비 등 수당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도 했던 점도 강조했다.

3. 대상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며 원고와 피고 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① 피고와 웰리브수송 간 도급계약 금액은 거의 대부분 노무비로 정해져 있는 등 도급계약의 실질적인 목적과 대상은 피고의 수송업무 수행을 위한 노동력의 제공이라 볼 수 있다.

② 웰리브수송은 피고 직원들이 순차로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체를 포괄양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③ 피고의 전산망에는 웰리브수송 운영자를 ‘수송지원팀장’으로 표기하고 있고, 하청업체 직원인 원고 역시도 ‘수송지원팀’으로 표기했다.

④ 특정 기간에는 웰리브수송의 사업자등록 명의자가 아닌 다른 피고의 수송지원팀장이 웰리브수송을 운영하기도 했다.

⑤ 웰리브수송 대표는 피고의 우수사원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피고는 웰리브수송 대표가 피고의 취업규칙상 정년에 도달하자 정년퇴임식을 열어 준 뒤 취업규칙에 따라 촉탁직으로 다시 채용했다.

⑥ 웰리브수송을 운영한 사람은 모두 피고 직원이었던 사람이고, 이들이 형식적으로는 피고를 퇴사하고 웰리브수송을 운영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사실상 직원으로서 웰리브수송을 운영했으므로, 결국 피고가 이들을 통해 웰리브수송 근로자의 채용·근태관리·징계 등에 관여하고 수송지원팀에 소속시킨 뒤 위 근로자들에게 구체적 작업지시나 지휘·감독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다.

⑦ 피고와 웰리브수송 간 도급계약금액은 대부분 노무비로서 웰리브수송 근로자에게 지급할 월급여·휴가비·상여금·연차수당·퇴직충당금·4대 보험료·식대 등의 금액을 세부적·구체적으로 나눠 정하고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출장비 명목의 금원을 직접 지급한 적도 있으며, 피고와 웰리브수송의 각 취업규칙은 명절상여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전체 내용이 매우 유사해 개정일도 동일한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웰리브수송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⑧ 피고는 웰리브수송을 포함한 협력업체 직원 채용이나 교육을 통합적으로 실시했고, 원고의 반환 퇴직금과 관련해 피고 인사팀 직원이 계좌번호와 세금공제 전 금액이라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는 등 웰리브수송은 운영에 독자성이 없거나 피고에게 밀접하게 의존했다.

⑨ 웰리브수송이 별도 사무실을 두고 사업자등록 명의를 가지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4대 보험 가입 및 보험료 납입 사무를 처리했고 기사휴게실 등의 용도로 컨테이너 2개를 설치해 소유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웰리브수송 사무실은 대우조선 소유로 피고가 임차해 웰리브수송에 재차 임대한 것이고, 특히 핵심적 업무인 수송업무에 필수적인 버스 등 수십 대의 차량도 대우조선이나 피고 소유이므로 웰리브수송은 사업경영상 필요한 물적 시설이나 자산 대부분을 독자적 또는 독립적으로 갖추지 못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제반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춰 살펴보면 웰리브수송은 형식적으로는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인 원고에게서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오히려 피고가 원고에게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피고가 원고를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돼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평가

위장 근로계약이란 실질적인 사용자가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와의 사이에 제3자를 개입시켜 마치 그 제3자와 당해 근로자 간에 근로계약이 존재하는 것처럼 근로계약의 형식을 가장한 관계를 말한다. 이는 법률에서 규정된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파견이나 도급계약 형식을 가지더라도 사용업체가 채용이나 해고·임금지급까지도 관여하고 있다면 사용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넘어 직접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 설정한 개념이다. 과거 상법상 법인격 부인론으로만 인정돼 오다가 SK㈜와 인사이트코리아 근로자들에 관한 사건(법인격 부인론,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3420 판결), 현대미포조선과 용인기업 근로자들에 관한 사건(묵시적 근로계약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5다75088 판결)에서 대법원은 근로계약 관계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위 판결 이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었다. 2018년 대한석탄공사 사건에서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04271 판결) 정도가 있었다.

대상판결은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 성립을 부인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요소들을 비교적 자세히 직접 설시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도급계약금액의 거의 대부분이 노무비로 책정돼 있어 도급계약의 실질적인 목적과 대상이 노동력의 제공에 있다는 점과 △수급업체 대표도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사실상 직원이므로 결국 피고가 이들을 “통해” 수급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채용·근태관리·징계권을 행사하고 구체적 작업지시나 지휘·감독권을 행사했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그간 사용자들은 간접고용 사건에서 사실상 노동력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는 소위 ‘노무도급’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대법원 역시 케이티앤지 사건(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다211619 판결) 등에서 인건비를 기초로 도급비를 산정했지만 이는 노무도급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라며 불법파견 성립을 부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도급계약상 도급비가 거의 대부분 노무비로 돼 있다는 점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 성립을 인정하는 주요한 요소로 설시한 것이다.

특히 수급업체 대표나 관리자들이 독자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작업지시를 한 부분은 그간 간접고용 사건에서 파견 성립을 부인하는 주요한 요소로 이용돼 왔는데, 대상판결은 수급업체 대표 역시 실질적으로는 원청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이들을 통해 인사권 행사나 작업지시를 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런 법리는 향후 파견을 포함한 다른 간접고용 사건에서도 수급업체 관리자들의 작업지시에 대해, 이들 역시 원청의 파견근로자이므로 원청이 이들을 통해 작업지시를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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