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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와 배임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사용자들의 노조파괴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이를 돕는 기관과 단체의 범법행위가 공공연한 비밀인 시절이 있었다. 수사기관 스스로 이에 가담했으니 그 기능이 온전히 작동할 리 만무했다. 법원도 그나마 기소된 사건에서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처벌 대상 또한 매우 협소하게 판단하며, 범죄 구성 또한 매우 제한적이었다. 근본적으로 노동법은 헌법상 기본권을 짓밟는 이와 같은 중대 범죄에 무기력했다. 부당노동행위 규범은 공범은 둘째치고 최소한 사용자에게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2. 이런 상황에서 양형과 몇 가지 판단에서 여전히 아쉬움은 있지만 과거 판결 흐름에 비춰 의미 있는 판결들이 최근 선고됐다. 먼저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유성기업 등 다수 사용자에게 노조파괴 자문을 했던 창조컨설팅 대표노무사 등에 대해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19도4481 판결). 공인노무사로서 노동관계 법령을 준수할 책무가 있음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행위를 방조하고 범행 내용과 수법도 불량하다는 이유였다.

또 법원은 지난해 말 이른바 삼성 노조파괴 사건 1심 판결에서 사용자가 아닌 자도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처벌했다. 삼성전자서비스를 협력업체 소속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로 판단했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에 소위 ‘실질적 지배력 법리’를 적용했고,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노동조합’에 대한 ‘위력’ 업무방해죄로 인정했다. 노조에 대한 일련의 업무방해행위와 부당노동행위를 포괄일죄로 구성했다(마지막 범죄를 기준으로 공소시효 판단). 조합원에 대한 사찰과 정보제공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인 회사는 물론 양벌규정에 따라 그 실행자인 취급자까지 처벌했고, 취업방해 목적의 통신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했다. 공인노무사가 아님에도 노조파괴 컨설팅을 업으로 한 것에 대해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 판단했다(서울중앙지법 2019. 12. 13. 선고 2019고합25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9. 12. 17. 선고 2018고합557 등(병합)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지난해 말 유성기업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유시영 회장에게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바탕으로 한 일련의 노조파괴 행태 등을 이유로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19. 12. 22. 선고 2017도13781 판결).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시간끌기, 부당노동행위를 제외한 검찰의 일부 기소, 이에 대한 재정신청과 법원의 공소제기 결정, 유시영에 대한 검사의 징역 1년 구형, 1심 법원의 1년6월 실형 선고와 법정구속 등 많은 우여곡절 끝에 6년 만에 내려진 판결이었다.

여기에 최근 대법원은 유성기업 회장 등이 노조파괴 같은 불법적인 목적으로 13억원 넘는 회사자금을 창조컨설팅 자문에 사용한 것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에 해당하고,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범죄라는 개인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회사자금을 사용한 것은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유시영 회장에 대해 징역 1년4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1281 판결).

위 판결은 앞서 언급한 유성기업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기소가 되지 않은 것을 노조가 추가로 고소해 뒤늦게 선고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판결은 노조파괴 같은 사용자의 불법적인 경영방식이 본연의 임무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더 이상 허용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 노조파괴 공작에 회사자금을 사용한 것을 형량이 무거운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으로 단죄한 첫 사례다. 향후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 행태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이처럼 최근 판결은 사용자의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 범죄와 관련 범죄에 실형까지 선고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 이외에도 노조파괴 범죄에 가담한 공무원·공인노무사·사용자단체 간부도 부당노동행위의 공동정범·방조범 등 공범이나 공인노무사법 위반죄·뇌물죄로 처벌했다. 사용자의 노조파괴 범죄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라는 노조법 위반뿐만 아니라 형법상 업무방해와 횡령,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까지 그 규율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4.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는 여전히 극소수 판결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당노동행위 범죄가 헌법상 노동기본권 파괴, 나아가 사업장 내 노사자치를 말살하는 중대 범죄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나아가 경총을 포함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당노동행위의 비범죄화 주장 대신 오히려 형량을 상향해 기본권 침해 범죄를 무겁게 처벌하고, 정도가 심각한 부당노동행위 범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은밀히 자행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제수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당장 검찰은 노조파괴라는 불법적 목적에 거액의 회사자금을 사용한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고소 사건을 엄중하게 수사하고, 법원 또한 노조파괴 관련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전향적인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노조활동에 대한 온전한 보장은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사업장 민주주의와 사회변화 측면에서 핵심적인 과제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용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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