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2015년 이후 입사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나왔다. 이로써 지난해 7월 자회사 전환에 거부해 집단해고된 1천500명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투쟁 과정 중 발생한 법적 다툼을 포함해 직접고용된 요금수납원의 임금·처우 후퇴, 근무환경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지난 15일 요금수납원 137명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요금수납원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는 이날 판결 직후 “2015년 이후 입사한 요금수납원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이 성립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기존 노사합의와 고용방침대로 해당 인원 전원에 대해 현장지원직으로 직접고용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지원직이란 공사가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하면서 신설한 직군으로 미화·도로정비 업무 등을 수행한다.

그동안 공사는 “2015년 이후 입사자의 경우 불법파견 요소를 없앴다”며 “이들의 직접고용은 법원 판결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혀 왔다. 김천지원 판결 하루 전날인 14일 공사는 집단해고 317일 만에 첫 출근하는 일부 요금수납원에게 2015년 이후 입사자란 이유로 해제조건부 근로계약과 임시직 근로계약 체결을 제안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노조의 1천500명 요구는 옳았다”

이번 판결은 이미 예상됐다. 요금수납원들은 2013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2015년 1심, 2017년 2심 모두 승소했다. 이후 2년 넘게 끌어온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8월29일 선고됐다. 요금수납원이 승소했다. 대법원은 “(요금수납원은) 외주업체에 고용돼 외주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공사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으며 공사를 위한 근로를 제공해 왔다”며 “요금수납원과 공사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공사는 대법원 판결이 있은 지 11일째 되던 날 대법원에서 승소한 요금수납원 중 자회사 전환을 거부했던 이와 고용단절자 등 최대 499명만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을 샀다.

요금수납원들은 1·2심에서 근로자 지위를 다투는 나머지 해고자들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고공농성과 김천 공사 본사 점거농성, 직접고용 촉구 오체투지 투쟁을 이어 갔다. 결국 공사는 같은해 12월10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진행 중인 2015년 이전 입사자를 직접고용한다고 밝혔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4천116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3건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2015년 이후 입사자도 직접고용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계속됐다. 공사는 결국 올해 1월 2015년 이후 입사자는 기간제로 우선 직접고용하되, 1심 결과를 지켜보고 정규직화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정했다. 이후 요금수납원들은 “공사에 입사한 뒤 조건부 직접고용 방침 철회와 노동조건 차별해소를 위한 현장투쟁을 지속하겠다”며 공사 본사 점거농성을 145일 만에 중단했다.

“김진숙 사장, 노조 면담 요구 응하라”

공사가 법원 판결과 노사 합의에 따라 2015년 이후 입사자 전원을 계속 고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문제, 회사의 조합원 징계 추진 문제가 대표적이다. 요금수납원들은 지난해 9월 직접고용 투쟁 중 공사 김천 본사 로비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공사는 기물파손 등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00여명이 넘는 요금수납원들을 무단침입·감금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은 “공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본사 점거농성 중인 탓에 2주 늦게 교육에 참가한 (대법원 승소) 조합원들이 무단결근했다고 간주해 징계를 내리려 하고 있다”며 “또 형사고소 결과 벌금형 같은 처벌을 받게 될 경우 회사가 인사 징계 사유로 활용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근무지·업무 배치 문제 △후퇴한 임금·처우에 대한 논의도 남아 있다. 민주일반연맹은 “500여명의 인원을 전국 각 지사에 배치하면서 노조와는 공식적인 협의 한 번 없었다”며 “원거리 배치를 했지만 숙소 대책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연맹은 15일 판결 직후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노조와 어떤 공식 창구가 없어 책임 있는 해법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김진숙 공사 사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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