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한국조폐공사에서 여권 발급업무를 하는 A씨는 비정규 노동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여권 신청이 크게 줄어들자 공사는 일손이 필요하지 않은 날에 무급휴가를 줬다. A씨는 2월에 9일, 3월에 7일 출근했다. 받은 월급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A씨는 휴업수당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청을 찾았다. 노동청은 A씨에게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이며, 사용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라고 안내·지도했다”고 전했지만 공사는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우리는 어떤 위치의 어떤 근로자인지 알수 없는 유령근로자”라고 하소연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코로나19 직장인 설문 결과와 건강·일자리”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A씨는 영상을 통해 비정규 노동자로서 처해 있는 상황을 증언했다.

이날 A씨 같은 비정규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코로나19로 더 많은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이 통계분석 결과 확인됐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부)는 지난달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전국 만 19~55세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통계를 분석했는데, 임시·일용직이 정규직보다 소득감소를 경험한 비율이 16.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직은 정규직 대비 29.8%포인트 높았다.

황선웅 교수는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기존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노동시장 취약계층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특수고용직과 기간제·간접고용 노동자 피해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지위에 기인하기 때문에 현행 제도상 대응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윤 변호사는 “노동법을 위반해도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처벌 없이 지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노동법 위반에 대해 사업주가 안일하게 생각한다”며 “강력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정규직뿐만 아니라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를 많이 활용하는 대기업이 일자리 유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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