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5일째인 11일 오후 삼성에스원·삼성웰스토리·삼성화재애니카를 비롯한 삼성그룹사 소속 노동자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섰다. 이들은 “삼성은 노사협의회를 폐지하고 노조 파괴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자들은 사과의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삼성에스원노조(위원장 장봉열)와 금속노조 경기지부 웰스토리지회(지회장 임원위)는 각각 11차례·14차례 사측과 임금교섭을 했지만, 사측이 노사협의회 합의안을 제시하면서 최근 교섭이 결렬됐다. 이들은 “사과가 진심이라면 삼성에스원노조와 웰스토리지회의 당면한 임금협상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라”고 촉구했다.

“노사협의회안 싫으면 말고”
배짱 교섭하는 삼성그룹사들


기업·대학교·병원 등의 사내식당에서 일하는 조리원들이 주요 구성원으로 있는 삼성웰스토리지회의 임금교섭은 교착상태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19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사측과 14차례 교섭을 했지만 진척은 없었다. 임원위 지회장은 “사측이 어떤 안이라도 가지고 와야 논의에 쟁점이 생기고 이야기를 할 텐데, 기다려 보라며 시간만 끌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결국 경기지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고 △임금 8% 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비 50만원 지원 △매달 통신비 5만원 지원 등을 제안했다. 종전 요구안보다 완화된 요구안이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을 거부하고 노사협의회에서 합의한 임금안을 제시했다. 직급별 차등을 둔 임금안[사원(3.0%), 주임·선임(2.5%), 책임(1.5%), 수석(1.5%)]이었다. 경기지노위는 사측 안을 반영한 최종 조정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노조가 조정안을 수락했는데도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은 노사협의회 합의안을 기초로 개별동의를 받았고, 지회 간부를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은 동의서에 서명한 상태다.

삼성에스원노조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삼성에스원노조는 △성과연봉제로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 △수년 동안 1%에 머물러 있는 임금인상률을 감안한 현실적인 임금인상 △이륜차 운행 위험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삼성에스원노조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올해 3월18일까지 11차례 사측과 임금교섭을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9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연승종 노조 부위원장은 “회사가 (노조 요구안에 대해) 어떤 것은 가능하다, 혹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노사협의회 합의안을 내고 하나도 양보할 수 없다고만 했다”고 지적했다. 연 부위원장은 “올해 1분기 실적이 지난해 1분기 대비 8.2% 늘고, 영업이익도 6.2% 증가했는데 사측은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한다며 어렵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삼성에스원측은 “회사는 노조와 교섭을 11차례나 진행했기 때문에 교섭 과정이 무성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회사는 지금껏 교섭을 해왔던 것처럼 성실하게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웰스토리측은 “노조 주장과 달리 교섭 과정은 절차대로 진행됐다”며 “경기지노위 조정안은 총 1천만원의 노조 운영비 추가 지급조건이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로 ‘진짜 사과’ 하라”

이날 기자회견은 삼성전자노조(위원장 진창원)·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위원장 최원석)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지회가 참여해 힘을 보탰다.

최원석 위원장은 “삼성에스원과 삼성웰스토리뿐 아니라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등 각 회사는 노조가 설립된 지 2~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조와 임금교섭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서 노조가 설립된 이후에도 노사협의회를 법 제정 취지와 무관하게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형태로 전환해 활용하고 있다”며 “탈법적인 노사협의회 해체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창원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는 형식적이고 기만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진 위원장은 “그동안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려 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탄압받았다”며 “진정한 사과가 되려면 자신의 잘못된 혐의를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