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전국 대리점주들이 모인 대리점연합회와 지난달 30일 만나 교섭 방식에 관해 논의했지만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에 따르면 노조는 대리점연합회와 만나 CJ대한통운 원청 지사장과 대리점 소장들이 참여하는 터미널 단위 집단교섭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리점연합회는 노조의 제안을 거부했다. CJ대한통운 원청과 협력업체 노사가 교섭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향후 교섭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3월12일 CJ대한통운 원청과 140여개 위탁대리점·대리점연합회에 2020년 임금·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노조가 2018년 임단협, 2020년 임단협을 요구한 140여개 대리점 중 교섭요구사실 공고문을 부착한 곳은 54곳(2018년 임단협 28곳, 2020년 26곳)이다. 지난 3월 말 10곳에서 크게 늘었다.

“터미널 단위 집단교섭 요구”

대리점측은 노조와 교섭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3부·12부·14부)가 대리점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아 생활하는 택배노동자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대리점측에 2018년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대리점측은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부착하라는 시정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는데 관련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28개 대리점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은 다음달 18일 서울행법 공판에서 선고일이 확정될 전망이다.

문제는 교섭방식이다. 노조는 대리점 단위 개별교섭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교섭 쟁점이 될 수수료 금액, 공짜 분류작업, 장시간 노동, 터미널 작업환경, 적정 휴게시간과 휴일 보장은 원청 의지 없이는 개선이 불가능한 의제다. 노조는 잇따르는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막으려면 분류작업 인원을 별도로 투입하거나 당일 배송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행법 판결문에 따르면 원청은 허브터미널 상차 후 (당일) 배달률, 당일 (반품) 회수율, 배달출발 스캔률(약속한 시간 내 고객 집에 물품 배송을 완료하는 업무) 등으로 택배노동자 업무를 평가하고 고객만족(CS) 평가지표를 관리한다. 해당 지표는 대리점주와 택배기사들 경쟁을 독려하는 데 활용되고, 대리점·택배기사 재계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의 업무지시, 지휘·감독은 물론 장시간 노동·분류작업 문제가 모두 터미널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터미널 단위 집단교섭을 촉구했다.

“노조, 교섭 거부하는 원청 부당노동행위로 고발”

CJ대한통운이 직접 노조와 교섭을 할 가능성은 적은 상태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청취소 소송에서 “CJ대한통운과 계약 당사자는 개별 집배점주(대리점주)들이지, 집배점주와 계약한 택배기사가 아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또 회사와 직접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직계약 택배노동자 80명의 노조법상 노동자성도 부정하고 있다. 직계약 기사는 ‘개별 집배점주’로 ‘일반 집배점주(대리점주)’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한다면 3자를 고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집화 거래처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원청 주장이다. 80명의 직계약 기사가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을 경우 원청은 이들과만 별도로 교섭할 가능성이 높다.

직계약 기사 관련 교섭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지난달 23일 원청 정규직 노조인 CJ대한통운노조가 “CJ대한통운 일반근로자와 위탁택배원(직계약 기사)의 근로조건과 고용형태가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제출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했다. CJ대한통운노조는 사무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직과 현장 업무를 수행하는 기능직 등 2천6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직계약 기사는 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조 등에 가입해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조만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겠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는 곳은 시정조치를 해 달라고 진정을 제기하고,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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