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앞에 기자들 줄이 구불구불 길었다. 각종 위법행위로 재판을 받고 있는 부회장은 9분여 기자회견 동안 세 번 고개를 숙였다. 그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질문은 받지 않았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에 오래도록 선명한 문구였다. 그 시각 본관 앞 도로에 사람들이 누웠다. 상여를 끌고 나팔을 불었다. 제대로 된 사과와 처벌을 요구했다. 목소리 카랑카랑 내내 높았는데, 찾아 적는 기자가 적었다. 경찰이 거기 많았다. 마이크 들고 불법행위를 지적하며 전 과정을 채증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노동조합활동을 하다 수난을 겪은 정우형씨도 원직복귀 바람 새긴 조끼 입고 땅에 붙었다. 옆에 둔 빨간색 가방에선 기어코 시너 두 통이 나왔다. 그 앞 사거리 25미터 높이 철탑 쇠 바구니엔 삼성 해고자 김용희씨가 330여일을 산다. 그는 이날 세 번째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아랫자리 지키는 사람들은 길바닥을 잠자리 삼았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앞자리에 피해자 사연이 구구절절 길고 또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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