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유급병가를 쓸 수 있는 미국 노동자 비율은 2019년 3월 현재 76%다. 공무원을 뺀 수치다. 미국에서 유급병가 제도 혜택의 범위 밖에 있는 노동자 비율은 24%로 3천360만명이다. 노동통계국은 1979년부터 유급병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물론 미국도 한국처럼 유급병가(paid sick leave)를 보장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유급병가가 없는 회사에 다니거나 비슷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저임금층이다. 시간당 임금이 32.21달러를 넘는 상위 25% 노동자의 92%가 유급병가 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시간당 임금이 13.8달러 이하인 하위 25% 노동자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51%로 뚝 떨어진다. 시간당 임금이 10.8달러 이하인 하위 10% 노동자는 31%만 유급병가 제도에 접근할 수 있다. 물론 <표1>에서 보듯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대부분 유급병가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다.


<표2>에서 보듯 당연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유급병가 제도를 갖고 있는 비율이 커진다. 미국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데도 50명 미만 영세사업장은 유급병가를 보장하는 비율이 64%나 된다. 지난해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10.3%에 불과했다. 특히 사기업 노조 조직률은 6.2%에 그쳤다. 지극히 낮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을 고려할 때 절반이 넘는 미국 사기업에서 유급병가를 보장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흥미롭다. 노조원의 91%, 비노조원의 73%가 사용자에게 유급병가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유급병가를 보장하는 연방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캘리포니아와 뉴저지를 포함한 12개 주에서는 관련법을 이미 만들어 두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미국 민주당은 비상사태 대처의 일환으로 유급병가를 임시로 도입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 본인이나 가족이 바이러스에 전염된 경우 해당 노동자는 임금 3분의 2를 받으며 최대 3개월까지 병가를 쓸 수 있다. 또한 사기업 사용자들은 “공공보건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시 7일의 유급병가를 노동자에게 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14일을 추가할 수 있다.

한국은 유급병가와 관련된 법률이 없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서 감염병으로 인한 입원 또는 격리기간 동안의 유급휴가 보장과 해고금지에 관한 “사업주의 협조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유급병가에 관한 통계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수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도움을 받아 493개 민간기업의 취업규칙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한 한겨레21의 기사(2019년 5월6일자)에 따르면 유급병가를 보장하는 기업은 7.3%에 불과했다. 단체협약에 규정된 병가 조항은 대부분 그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무급병가도 많고 기간도 짧다. 병가 조항이 아예 없는 단체협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18조는 병가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이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와 감염병에 걸려 그 공무원의 출근이 다른 공무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연간 60일의 범위에서 병가를 승인할 수 있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지각·조퇴·외출은 누계 8시간을 병가 1일로 계산한다. 공무원이 공무로 인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요양이 필요할 경우에는 연 180일의 범위에서 병가를 승인할 수 있다. 병가가 연간 6일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야 한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도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 동일한 내용의 병가를 보장하고 있다.

공무원 복무규정을 참조해 근로기준법에 유급병가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 업무로 인한 질병이나 부상이 아닌 개인 병가에 대해서는 사회보험에서 상병수당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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