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2014년 4월16일은 김초원 선생님의 생일이었다. 김초원 선생님은 학생들이 생일선물로 준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고 시신으로 올라왔다. 김초원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지만 다른 선생님들처럼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만났고 담임으로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죽음 이후는 다른 교사들과 달랐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유가족들은 삼보일배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서명을 받으며 순직을 인정하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2017년 5월15일 스승의 날에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과 함께 순직인정을 받았다. 3년에 걸친 눈물과 노력 끝에 차별적인 현실을 바꿔 냈다. 이후 다른 기간제 공무원들도 순직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이 싸움의 가장 큰 성과였다.

김초원 선생님의 유가족은 지금 또 다른 소송을 하고 있다. 수학여행은 교육활동의 일환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은 여행자보험을 들도록 하고, 교사들은 맞춤형 복지제도를 통해 상해보험과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들은 맞춤형 복지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간제 교사에게 맞춤형 복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면서 시정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행을 미루고 있었다. 예산이 부족해서 기간제 교사를 맞춤형 복지에서 제외했다면 수학여행을 위해 여행자보험이라도 들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김초원 선생님의 유가족은 이 차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는 이 소송을 망설였다. 자칫 보상금을 받으려는 소송으로 비춰질까 두려워했다. 딸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데 억만금이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순직인정 싸움에 함께했던 이들은 이 소송을 하자고 유가족을 설득했다. 맞춤형 복지가 적용되지 않는 기간제 교사들은 교육활동을 하면서도 그에 따른 위험을 개인이 책임지게 돼 버렸다. 이 현실에 대해 제대로 문제제기해야 현실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적어도 위험에 대한 대비에서는 그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두가 평등해야 했기에, 소송을 통해 그 불합리함을 꼭 밝히자고 유가족을 설득했다.

그런데 1심에서 유가족은 패소했다. 1심은 기간제 교원과 정규직 교원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 아니며,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만한 고의·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초원 선생님은 학생들의 선생님이었고 담임이었다. 지금도 많은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직 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다. 주된 업무가 동일할 때 동일한 비교집단이 된다는 것은 이미 다른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도 인정하고 있는데도 1심에서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판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이 차별에 대한 고의·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차별을 당한 이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판결이었다. 그래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화해를 권고했다. 유가족은 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이의신청을 했다. 이 소송은 돈을 바라고 한 소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초원 선생님만이 아니라 일상적 차별을 당하는 기간제 교사들, 더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소송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순직인정을 요구하며 싸울 때에도 김초원·이지혜 선생님만을 순직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순직인정은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제도개선으로까지 나아갔다. 이번 소송도 김초원 선생님에 대한 차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 나가기 위한 소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심에서도 유가족은 패소했고, 이 재판은 대법원에 가 있다.

재난과 참사는 누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할 수 없었던 이들이 재난상황에서 어떻게 거리로 밀려나고 생존의 공포를 느끼게 되는지 우리는 알 수 있었다. 고용보험은 일자리를 잃었을 때 보호받기 위한 제도인데, 정작 일자리가 불안정한 이들은 고용보험에서 제외돼 있다. 기간제라는 이유로 여행자보험도, 생명보험도 들지 못했던 김초원 선생님의 소송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우리 사회가 위험에 대비하는 제도에서 비정규 노동자를 배제하면 안 된다. 김초원 선생님의 유가족은 이 당연한 요구를 위해 3년간의 소송을 견디고 있다. 김초원 선생님에 대한 차별인정을 촉구하는 3천명 비정규 노동자의 서명이 대법원에 전달돼 있다. 대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을 촉구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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