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일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장

코디는 코웨이에서 렌털·판매한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같은 생활가전 정기점검이나 필터교체 업무를 하는 노동자다. 코웨이가 생활가전 렌털사업을 이어 가게 만드는 필수업무를 담당한다. ‘정기점검업무 한 건당 얼마’로 정해져 있는 점검수수료와 방문점검시 고객에게 새로운 렌털제품 판매에 성공한 경우 받는 판매수수료를 매월 급여로 지급받아 생활하고 있다.

코디의 수수료는 회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코디들은 소속된 지국별 실적경쟁을 위해 제품 판매를 강요받기도 한다. 1년 단위로 갱신되는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코디는 ‘계약갱신 거절’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이름으로, 가족과 지인의 이름으로 같은 제품을 여러 개씩 구입하는 ‘강제구매’에 시달리기도 한다.

코디는 노조로 회사와 대등하게 교섭하는 것이 절실했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디코닥지부를 설립했다. 3천500여명의 코디가 가입했지만, 회사는 코디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교섭을 거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6월 학습지교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했다. 그 뒤 방송연기자·코레일 매점운영자·카마스터 노동자성도 인정했다. 일관되게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에 비춰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 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면 폭넓게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해 왔다. 대법원 판례를 봐도 코디는 노조법상 노동자다. 코디코닥지부는 회사에 의한 소모적인 논란을 줄이기 위해 올해 1월3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지부 설립신고를 했다.

노조법에 따르면 행정관청은 설립신고일로부터 3일 이내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설립신고서나 노조 규약에 누락된 내용이 있으면 2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노조가 보완하지 않거나, 가입 대상이 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닌 경우 설립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은 5월3일 현재 무려 94일째 설립신고증을 교부하지도 않고, 반려하지도 않고, 계속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9월 “현행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도는 기본적으로 행정관청의 심사 결과에 따라 노동조합에 법적 지위와 권한이 부여되게 되므로 본래 의미의 신고제를 넘어 실질적으로 노동조합 설립을 통제하는 허가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할 위험과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행정관청은 노동조합 설립을 위해 제출된 설립신고서와 규약에 한정해 심사하되,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 이외의 자료를 제출할 것을 임의적으로 요구하는 등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은 법적 근거도 없는 온갖 자료 제출과 출석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코디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회사가 강력대응하고 있어서 자신들도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바쁘다” 같은 어이없는 핑계를 늘어놓으면서 코디코닥지부 설립신고에 대한 ‘허가권’을 행사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청이 설립신고를 반려하면 노조는 행정법원에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를 구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코디는 법원에서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코디코닥지부는 설립신고 5일째부터 서울지방노동청에 “차라리 설립신고를 반려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반려처분조차 하지 않은 채로, 코디코닥지부가 행정소송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기회조차 차단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코디의 사용자인 회사가 코디가 노동자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한다”는 이유로 설립신고서를 교부하지 않고 있다. 코디가 노동자인지 검토한다면서 94일째 설립신고증 교부를 하지 않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와 교섭을 거부하고 싶은 회사는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다”고 강하게 어필하면 된다. 그러면 서울지방노동청은 회사가 교섭할 마음의 준비를 다할 때까지 설립신고증 교부를 지연해 줄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가? 서울지방노동청의 임의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

코디코닥지부는 10일로 설립신고 100일째를 맞이한다. 회사에 가로막혀, 서울지방노동청에 가로막혀 노동 3권을 침해당한 지 100일. 그 100일마저 지나면 더는 유보될 수 없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문을 두드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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