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마중)

좋은 소식이 먼저였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업무상 유해요소에 노출돼 선천성 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여성 노동자에게 산재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우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기본이념이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와 그 가족의 헌법상 생존권을 보장하는 데 있고,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궁극적으로 경제·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것임을, 다시 말해 산재보험이 일 때문에 아프거나 사망한 노동자와 가족 또는 유족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임을 다시 확인했다.

두 번째, 대법원은 업무상재해를 판단함에 있어 산재보험 제도와 요양급여 제도의 취지·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를 때 여성노동자의 일 때문에 태아가 아프게 됐다면 산재에 해당하며, 아이가 태어나도 산재급여를 지급함이 타당함을 분명히 했다.

세 번째, 대법원은 국가가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위해 모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신·출산 부담을 덜어 주고 지원해야 할 의무를 짐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판결의 의의을 고려할 때 향후 입법은 재해를 입은 노동자가 최소한의 치료와 생활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업무로 인해 선천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2세의 업무상재해를 입법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이 경우 아이가 최소한의 치료를 받고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요양급여·장해급여·간병급여·직업재활급여를 지급하며, 아픈 아이의 돌봄을 위해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휴직 등을 허용하지 않거나 이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할 때에는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더해 2세의 건강 손상과 관련해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직업병 목록·재해인정기준을 추가하고,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상 임신노동자 금지업종을 실질화하길 바란다. 더 나아가자면, 남성노동자의 업무로 인한 재생산건강 손상, 2세의 건강 손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반도체산업 남성노동자 배우자의 자연유산 증가에 관한 논문이 이미 나와 있다.

곧 불안한 소식들이 들려 왔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현장의 사망사고 기사였다. 4명이었던 사망자는 38명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이 일용직이고, 건물 내부에 우레탄폼 작업이나 도색 작업을 하면서 유증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폭발했다. 때문에 순간적으로 탈출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전 상황을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 감리자가 화재가 일어난 순간 작업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감리업체를 발주처가 임의로 지정하는 ‘셀프 감리’가 위험을 방치했다,

안전보건공단이 유해위험방지 계획서를 심사·확인한 후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서류심사에서 2차례, 현장 확인에서 4차례, 총 6번이나 화재위험이 크다는 지적을 했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명백한 산재였다. 유족들은 정확한 원인 규명, 사고 당시 안전수칙 준수 여부 확인, 보상과 장례에 대한 안내, 정부 차원의 빠른 대처를 요구했다. 우리는 고 김용균 노동자 때도, 고 문중원 기수 때도 진상조사·책임자 처벌·사과·재발방지·보상과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늘 노동자의 잘못이라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우리는 구체적으로 일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생기면 사측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게 하고, 현장소장만이 아니라 진짜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양형기준을 실질화하길 제안한다. 대법원이 지난달 29일에 말한 것처럼 일 때문에 아프거나 사망한 노동자와 가족 또는 유족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법이 작동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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