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민지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0. 4. 2. 선고 2019구합68176 부당승진탈락및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

1. 노동위원회 판정의 경위 및 이 사건의 개요

원고는 학교법인, 피고보조참가인1은 대학노조, 피고보조참가인2는 원고가 설립해 경영하는 A대 교직원으로 대학노조 A대지부 부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사건 근로자는 10명 중 3인이 승진하는 2018학년도 1학기 정기인사에서 총장 평정 이전 근무평가 2위를 기록했음에도 총장 평정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최종 순위 4위로 승진 탈락했다. 16명 중 4명이 승진한 2018학년도 2학기 정기인사에서 역시 이 사건 근로자는 총장 평정 이전 근무평가 1위를 기록했음에도 총장 평정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최종 순위 5위로 승진 탈락했다.

이 사건 노조와 이 사건 근로자는 2018년 11월19일 승진탈락이 부당하며, 불이익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는 취지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그러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월18일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참가인들은 이에 불복해 같은해 2월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고, 중노위는 이 사건 승진탈락은 부당해고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하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부분은 인용했다. 원고는 중노위의 재심판정에 불복해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능력주의 승진제도를 도입해 내부 규정에 따라 매년 인사평정을 실시하고 이에 따라 승진인사를 시행하는 사업장에서 인사권자인 원고가 적극적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특정 근로자에 대해 인사권자 평정인 ‘총장 평정’에서 낮은 점수를 부여해 지속적으로 승진에서 배제시킨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대학에 총장 평정 이전 근무평정 상위자가 승진하는 관행이 존재했는지 여부, 인사평가 부여시 승진 대상자를 정해 놓고 이들에게는 높은 총장 평정을 주고 탈락자들에게는 낮은 총장 평정을 부여하는 관행이 존재했는지 여부, 이 사건 승진탈락이 직원 대다수가 조합원인 이 사건 대학에서 노조간부로 적극적인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승진 탈락이 전체적으로 원고의 노조활동에 대한 불이익취급 및 지배·개입 의사로 이뤄진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원고는 총장 평정 이전 근무평정 점수가 높은 자를 승진시키거나 직전 승진인사에서 아쉽게 탈락한 자를 다음 승진인사에서 우선적으로 승진시키는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사건 근로자가 낮은 총장 평정을 받은 것은 이 사건 근로자의 업무 난이도 및 이 사건 대학에 대한 기여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총장 평정에 제공되는 업무추진기술서에 이 사건 근로자가 이미 기재했던 내용이나 타인의 업무실적을 기재했다거나, 총장 결재문서를 작성하지 않고 연장근로시간이 비교적 적은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근로자의 업무실적이 다른 승진 대상자들의 업무실적에 비해 낮았다는 이유도 댔다. 이 사건 대학의 직원들은 대부분 이 사건 노조에 가입해 있으므로 이 사건 노조 조합원을 비조합원과 차별하거나 노조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바 없다고 주장했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가 부당노동행위 의사로 이 사건 근로자를 승진에서 탈락했다고 인정하고, 이 사건 승진탈락이 불이익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① 원고 총장에게 승진평정을 위해 제공되는 자료는 승진 대상자 명부와 승진 대상자 본인이 작성한 업무추진기술서가 전부인 점, 총장으로서는 개별 직원들의 근무실적과 직무수행 능력·태도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반면 부서장과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승진 대상자의 근무실적과 직무수행 능력·태도를 상대적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 총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주사 및 부주사 승진 대상자들 가운데 총장 평정 전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높은 평정을 부여해 온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근로자는 2018년 1학기 인사에서 총장 평정 이전 점수로는 2위였으나 총장 평정에서 7점을 받아 승진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당시 원고 총장은 승진자 3명에게는 10점, 승진 탈락자들에게는 7점의 총장 평정을 부여했다. 2018년 2학기 인사에서 이 사건 근로자는 총장 평정 이전 점수로는 1위였으나 총장 평정에서 6점을 받아 승진에서 탈락했다. 당시 원고 총장은 승진자 4명에게는 10점을, 승진 탈락자들에게는 10점의 총장 평정을 부여했다.

③ 원고 총장은 승진자들에게는 10점을, 승진 탈락자들에게는 낮은 점수를 일률적으로 부여해 왔다. 그리고 이 사건 근로자의 담당 업무에 변화가 없고 업무추진기술서의 기재 내용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점수를 달리 부여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원고 총장은 총장 평정 전 점수를 기준으로 승진 순위권 내에 있는 승진 대상자들 가운데 승진에서 탈락시킬 자를 먼저 결정한 후 해당자를 승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할 수 있는 점수를 확인해 해당 점수를 승진 탈락자들에게 일률적으로 부여하고 승진자들에게는 일률적으로 10점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는 노조활동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이 사건 근로자를 전보했는데, 그 후 승진평정에 있어서는 담당 업무 난이도와 대학 기여도가 낮다는 이유로 총장 평정을 낮게 부여해 승진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결국 이 사건 근로자의 이 사건 노조 부지부장으로서의 활동을 이유로 승진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는 것이 된다.

⑤ 원고는 근로자들을 대부분 이 사건 노조의 대의원으로 활동하지 않은 시기에 승진시켰고, 원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7년께부터 관계가 악화됐으며 그 갈등관계는 현재까지 계속돼 왔다.

⑥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노조의 부지부장으로서 핵심 간부인 반면 다른 승진 대상자들은 일반 조합원이었으므로, 승진 대상자 전원이 이 사건 노조의 조합원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⑦ 이 사건 근로자가 전임자가 수행하던 업무를 거의 그대로 인계받아 수행했으나, 이 사건 근로자의 전임자는 승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근로자의 담당 업무가 난이도와 중요도가 낮아 승진에서 탈락했다고 보기 어렵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기존 판례의 다수는 승진임용 또는 승진탈락은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한다고 하면서, 인사권자의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돼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서울고법 1997. 6. 13. 선고 96구4420 판결 등), 이른바 능력주의 승진제도하에서 승진탈락에 있어서는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전체적으로 비교해 승진에 있어서 격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노조법상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6누10188 판결 등)는 입장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근로자가 이 사건 노조의 부지부장으로서 한 노조활동에 대한 원고 총장의 비판 발언이 이뤄진 시점, 원고가 정기인사에서 총장 평정 전 점수 기준으로 1위 또는 2위를 한 이 사건 근로자에게 낮은 총장 평정을 부여함으로써 최종 순위를 뒤바꿔 승진에서 탈락시킨 점, 이 사건 근로자가 승진에서 탈락한 시점 이후 이 사건 노조의 집행부 구성원들 대다수가 탈퇴하거나 사퇴한 점 등을 근거로 승진 탈락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대상판결은 승진 탈락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자가 제출한 승진평정 자료를 기초로 해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 관행을 설정하고, 해당 정기인사 시점을 전후로 한 이 사건 근로자의 인사배치·근무능력 등 관련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특히 사업장 내 노동자의 대다수가 노조원인 경우에도 적극적인 노조활동을 하는 핵심 간부에 대해 사용자가 행한 불이익취급을 인정했다. 이를 통해 노조활동 전반에 대한 위축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해 불이익취급과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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