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

노동관련 법규와 제도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여전히 많다. 그중 하나는 5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범위다.

근로기준법은 상시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해 놓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입사하는 사업장의 상시고용 인원을 미리 명확하게 알 수도 없다. 그런데 5명 이상이냐, 미만이냐로 자신의 법률상 권리가 현격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정당한 이유나 서면통지의무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 근로시간에 관한 제한도 없다.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 의무도 없으며, 연차유급휴가도 부여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직장내 괴롭힘 방지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

위 조항이 여러 가지 한계가 있는 것은 차치하고, 소규모 사업장이 가질 수 있는 근로관계의 폐쇄성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직장내 괴롭힘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 자체가 5명 미만 사업장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이 있되 적용받지 못하는 5명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 600만여명은 사실상 ‘2등 근로자’로 살아가고 있다.

한편 신분상으로는 공무원이고 외부에서 볼 때는 화려해 보이지만, 5명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과 유사한 처지의 공무원들이 있다. 바로 2천400명에 달하는 국회의원 보좌직원들이다. 국회의원은 법률상 8명의 보좌직원을 유급으로 둘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신분은 국가공무원법상 특수경력직 중 별정직 공무원에 해당한다. 개별 의원이 직접 면접을 거쳐 보좌직원을 채용하므로, 국회에는 의원 정수에 따른 300개의 회사가 있다고 표현한다.

문제는 국가공무원법이 별정직 공무원에게는 일부 조항만 적용되고, 이들의 근로조건과 면직에 관해서는 각 임용기관이 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별정직 공무원이라도 장관 정책보좌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어느 정도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좌직원은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라고 불린다. 이번 총선이 끝난 뒤 200여명의 미래통합당 보좌진들이 이력서를 들고 구직활동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4년마다 면직되는 국회 보좌진이 1천명을 넘은 지 오래다. 20대 국회에는 2019년 11월 기준으로 이미 1천542명이 면직됐다. 직권면직 사유·절차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국가공무원법 70조(직권면직)가 별정직에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 보좌직원 면직에 대해서는 사유 통제는 물론 절차 통제도 없다. 의원이 팩스로 면직요청서를 국회 사무총장에게 발송하면 면직 절차가 완료된다. 이에 대해 각 당 보좌진협의회는 적어도 근로기준법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면직예고제와 예고수당을 도입하고 서면통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 남은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근로시간 통제 또는 초과근로 규제는 제대로 확인조차 되지 않는다. 국회인사규칙 69조에는 “별정직 공무원의 채용조건·임용절차·근무상한연령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규정으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를 정하고 있는 국회규정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국정감사 시즌이나 총선을 앞두고는 보좌직원들이 휴일도 없이 일하지만,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체휴무를 부여받는 것이 관행화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이 국회의원 특권 축소와 세비 제한과 더불어 보좌진 축소도 찬성한다. 국회의원이 제대로 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기능하려면 충분한 보좌직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이 불안정한 지위에서 노련한 행정부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돼 보인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바이러스는 소속과 나이·근무형태·사업장 규모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또한 재난소득과 같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회적 안전망 필요성도 주목받았다. 그렇다면 노동법과 공무원 근로관계에 관한 법령 역시 배제되는 특수집단을 최대한 줄여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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