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들이 26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에게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그들을 촬영하는 반대 단체를 응시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은 지금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이 받은 차별과 착취를 똑같이 가하고 있어요.”

2015년 한국에 온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마이나(28)씨.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그는 “일하던 곳을 옮기고 싶었지만 농장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근무지 변경이 불가한 고용허가제로 계속 착취당했다”고 주장했다. 마이나씨는 사용자를 임금체불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지 1년 정도 됐다. 아직도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임시비자 만료 3개월을 앞둔 지금은 “희망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여주의 한 농장에서 4년 넘게 밭농사를 한 그는 3년치 임금인 3천만원 정도를 받지 못했다. 아르바이트하던 한국인 아주머니가 “돼지축사보다 못하다”고 표현한 작은 방에서 5명의 동료와 살았는데, 농장주는 10시간 시급 중 2시간만큼의 임금을 기숙사비로 공제했다.

이주노조 조합원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민에게 평등한 재난지원정책을 펴라”고 요구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절을 앞둔 일요일에 노동절 기념행사를 하는 이유다.

참가자들은 고용허가제 대안으로 노동허가제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고용허가제는 사용자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개념이다. 반면 노동허가제는 이주노동자가 노동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핵심이다. 이주노동자가 원하면 사업장을 바꿀 수 있고 체류기간도 고용허가제에 비해 길다.

이주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광화문광장에서 이주노동 현실을 고발하는 피케팅을 했다. 근처에서는 난민대책 국민행동을 포함해 이주민을 반대하는 단체가 “일자리 빼앗는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자국민을 우선하라”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광장에 선 이주노동자들을 촬영하고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해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언론사와 인터뷰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둘러싸고 “거짓말하지 마라”며 “불법체류자가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장시간 노동, 고용허가제로 인한 사업자 이동 제한, 임금체불, 인종차별 문제를 증언했다. 마이나씨는 농장주의 근로계약 위반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그는 3시간 무급 휴게시간과 8시간 노동을 조건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농장주는 폭염에도 휴식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래 놓고 일을 멈추면 임금을 깎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그는 “고용센터에서 상담도 받았지만 ‘사장님에게 사과하고 해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달에 이틀을 쉬고 달력에 매일 근무시간을 기록해 노동부에 제출했지만 “믿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노동부는 고용주에게 편향적인 정책만 펴지 말고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저런 말(혐오발언)과 차별을 경험한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돌아가서 한국과 관련된 어떤 것도 보기 싫어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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