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홈페이지 갈무리

“(가해자와) 분리는 언제 해 주시나요?”(A·B씨)

“몰라 나도. 방법 없어. 지들(경기도 인권센터)이 와서 분리하라고 해. 방법이 있어야지. 분리를 어떻게 하냐고, 상식적으로. 걔들(경기도 인권센터)이 법이야?”(C씨)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에서 일하는 여직원 A씨와 B씨는 최근 연합회측에 직장내 괴롭힘·성희롱 가해자와의 업무·공간 분리를 요구했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임원 중 한 명인 C씨는 “분리할 수가 없다”며 “(당신이)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내봐. 좋은 머리로”라는 비아냥 섞인 말을 했다. 또 “결재는 직속상관(가해자)에게 받는 게 원칙”이라며 결재라인을 바꿔 줄 수 없다고도 했다.

A씨는 “가해자와 업무를 분리하고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데, ‘유급휴가 다녀왔으니 취할 조치는 다했다’는 게 경기도연합회 입장”이라며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피해자 보호는 고사하고 가해자만 보호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처녀 총각 여관 갔다 오라고 자리 피해 줬는데…”
사무실에서 수시로 성희롱 발언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가 경기도 인권센터 조사로 확인된 직장내 성희롱·괴롭힘 사건의 후속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되레 가해자를 두둔하며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씨 등은 지난 2월13일 직속 상사인 간부 D씨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과 성차별을 당했다며 경기도 인권센터에 인권침해 구제를 신청했다. 경기도 인권센터는 경기도 소속기관·단체에서 일어난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곳이다.

A씨 등에 따르면 D씨는 사무실에서 수시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직원들이 있는 데에서 “나는 와이프가 무릎을 꿇고 팬티를 입혀 준다”고 하거나 “여자는 강제로 (성관계)하면 안 된다. 그게 삽입이 안 된다”는 식이다. 남여 직원이 같은 차를 타고 사무실 복귀가 늦자 “처녀 총각 둘이 여관 갔다 오라고 자리를 피해 준 건데 왜 일찍 왔냐”며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사무실 방문객에게 “성생활이 가능하냐. 일주일에 몇 번 하냐”며 대답을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

D씨는 또 A씨 등에게 “근태를 다 기록하고 있다”며 “때가 되면 다 밝히겠다”고 압박하거나, 사무실 쇼파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근무지 이탈”이라며 질책했다. “둘이 같이 다니지 마라”며 A씨와 B씨의 동행출장을 이유 없이 불허하기도 했다.

참다못한 A씨와 B씨는 지난 2월12일 경기도연합회측에 D씨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연합회측은 “육하원칙에 의거해 확실한 게 없다”며 “D씨가 A·B씨에게 직접적인 행동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며 징계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연합회의 노골적인 D씨 보호에 A씨 등은 다음날 경기도 인권센터를 찾았고, 인권센터는 지난달 24일 D씨의 성희롱과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는 조사 결과를 회신했다.

D씨는 문제된 언행을 모두 부인했지만, 인권센터는 A씨 등의 진술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인권센터 조사 과정에서 D씨가 A·B씨 징계의뢰서를 경기도연합회장에게 제출하고, 직원들에게 자신의 탄원서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센터는 “조사 과정에서 피신청인이 성희롱 발생사실을 신고한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하면 안 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구제신청에 대한 고의성 있는 보복조치”라고 지적했다.

D씨가 다른 직원들에게 자신에 대한 탄원서를 받은 것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고 봤다. 남녀고용평등법 14조7항은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문제제기?” 2차 가해 심각

인권센터는 경기도연합회에 남녀고용평등법 14조(직장내 성희롱발생시 조치) 등 관련법에 따라 후속조치 계획을 세워 이달 1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연합회는 A씨와 B씨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줬을 뿐 업무도, 공간도 분리해 주지 않았다.

A씨는 “경기도연합회는 유급휴가, 분리, 가해자 징계 중 하나만 조치하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며 “2차 가해가 너무 심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실제 경기도연합회 C씨는 지난 24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피해자인 A씨와 B씨에 대한 불신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C씨는 “(성추행으로 사퇴한 부산시장) 오거돈이처럼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말로 들은 것”이라며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문제제기하는 것도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D씨에 대해서는 “징계할 계획”이라면서도 “언제 징계할지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A씨와 B씨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2차 가해 등 직장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직장내 성희롱·괴롭힘 신고 후 회사에서 직접 불이익한 처우는 물론, 모욕이나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제보가 많다”며 “신고를 이유로 한 다양한 갑질과 괴롭힘에 대해 노동부가 엄격하게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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