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가사노동자 ㄱ씨(63)는 그간 주 4일, 하루 네 시간씩 일해 월 80만원을 벌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일반 고객의 주문이 뚝 끊겼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사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공익 일자리인 ‘워킹맘·워라밸가사지원서비스’로 ㄱ씨는 최근 50만원 남짓의 소득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대출받기가 여의치 않아 부족한 생활비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메우고 있다. ㄱ씨는 정부가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노동자에게 지원하는 고용안정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와 무급휴직자 93만명에게 1인당 월 50만원씩 3개월 동안 고용안정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노동계는 ㄱ씨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수고용직은 최대 221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정부 지원금은 35만~45만명에게 주면 고갈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사노동자는 일회성으로 고객의 집에 방문에 청소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원 요건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득·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적은 지원규모, 입증 방법 한계 뚜렷
또 다른 사각지대 우려”


한국노총이 23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 지원대책 개선을 요구한다”며 “정부는 지원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고, 당사자 조직의 의견을 청취해 직종별 현실 가능한 (코로나19로 소득감소) 입증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미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준) 대표는 “문화·예술 노동자들은 기존 공연하기로 했던 곳에서도 일하지 못하지만 향후 6개월 동안 공연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며 “(은행) 대출도 받기 어려워 신용카드 대출을 통해 생활해 나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화·예술 노동자는 코로나19로 급격한 소득감소가 발생했다고 입증하기 어려운 대표적 프리랜서 노동자다. 최영미 대표는 “문화·예술인의 경우 ‘우리 다음달 공연하니 같이 준비해 보자’고 제안하면 승낙하기 때문에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이런 경우) 누구랑 어느 날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사용자와 노동자, 고용과 피고용 같은 전통적인 개념을 가지고서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리기사·퀵서비스·화물기사들의 업무 내용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두 확인할 수 있어 정책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리운전기사 ㄴ씨는 “(소득이 줄었다는 확인서와 같은 서류 발급은) 업체 입장에서 귀찮은 일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회사를 귀찮게 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면 ‘이걸 굳이 해야 하나’ 하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적으로 강제성을 둬 무조건 업체가 (확인서와 같은 서류를) 발급하게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당사자 참여한 대화기구 필요”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 대책의 한계를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특수고용 노동자 규모만도 최대 220만명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소득감소 상황을 겪고 있는 대상자가 누락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비판했다. 또 “상황이 장기화한다는 전망에도 지급기간을 3개월로 한정한 것은 문제”라며 “산재보험에 가입한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근로자 생계비 융자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했지만, 이들의 산재보험 가입이 미미한 수준이라 현실을 반영한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현중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 당사자들이 참여해 정부지원대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양극화해소 및 고용플러스위원회’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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