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물량팀 노동자들이 지난달 12일 작업을 거부하고 오토바이로 행진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이 “안전사고 고리를 끊겠다”며 23일 하루 모든 생산활동을 중단하고 원·하청 전체 안전대토론회를 열고 안전점검을 했다. 최근 두 달 사이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 작업장 셧다운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한데 공장을 돌리는 핵심 주축인 물량팀 노동자들은 이날 대부분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쪽짜리 안전교육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량팀은 조선소 하청업체와 노무계약을 맺고 작업장을 옮겨 다니며 일하는 이들로, 사실상 조선소 생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파악한 결과 조선사업부 건조부 물량팀 노동자 1천여명 중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았다. 전날부터 “하청업체에서 물량팀은 출근하지 마라고 했다”는 제보가 이어졌고, 이날 오전부터 지부가 각 하청업체의 물량팀 출근 현황을 확인해 보니 사실로 드러났다.

지부 관계자는 “A업체에 가서 출근명부를 확인했더니 전체 25명 중 본공(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1명만 출근했다”며 “연차를 사용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없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물량팀 노동자들이 지난 22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지부에 제보한 내용을 보면 한 하청업체는 물량팀 노동자에게 “23일에 쉬라”고 지시했다. “최저시급으로 계산해 주겠다”는 업체도 있었다.

전영수 지부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그 돈 받고 나가서 안전교육 듣느니 하루 쉬겠다는 (물량팀) 노동자들도 많다”며 “사고는 원청·하청·물량팀을 가리지 않는데, 물량팀에 대한 안전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2월 울산공장 2야드 풍력발전소 부근 LNG선 트러스 작업장에서 일하다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도 물량팀 소속이었다.

물량팀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데에는 물량팀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책임도 적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공식적으로 물량팀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공사도급기본계약서상 회사가 사전 승인하는 경우에만 재하도급을 운영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800여명의 건조부 물량팀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작업거부를 하면서 ‘있지만 없는’ 물량팀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현대중공업은 “모른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전체 조선소 하청 인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물량팀 노동자들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협력사가 음성적으로 (재하도급을) 운영할 경우 그 실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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