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타투(Tattoo). 피부 조직에 물감을 넣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는 문신을 일컫는 타히티어다. 문신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고대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적 표현 또는 상징 가운데 하나다. 타투 중심지로 불리는 서울 홍익대 입구를 비롯해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를 조금만 걷다 보면 타투를 한 사람을 꽤 볼 수 있다. 한때 문신 하면 떠오르는 불법 조직폭력 집단이나 탈법적 군대 면제 시도 같은 부정적 인식이 많이 극복됐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타투가 대중화하고 있다.

공인인 이효리를 포함해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도 공공연히 타투를 자랑한다. 타투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정부의 규제혁신이나 신직업 육성 일환으로 타투가 언급된 것이 10년을 넘는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타투이스트를 유망 신직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타투이스트(Tattooist). 타투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직업인으로 문신사(文身士)라고도 한다. 한국 타투이스트들은 비보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 세계 타투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업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의 가장 큰 타투 스튜디오의 간판 작업자들이 대부분 한국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은 팔로우를 가진 타투이스트를 최다 보유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유명 작업자의 경우 고객의 과반이 타투를 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다. 세계 타투시장의 모든 트렌드가 서울에서 시작된다고 할 정도다.

고전적인 문신작업자나 미용문신업자와 다른 한국 타투이스트는 해외에서 별도로 코리안스타일 타투(Fine-Tattoo)로 명명할 정도로 손기술 수준이 높다. 예술적·심미적 작업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작업자들이다. 현재 타투이스트 규모도 4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수강생을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2만~3만명 규모로 추정된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법·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아 타투를 의료행위로 간주해 불법으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가 없다.

상반기에 개원할 21대 국회에서 타투를 일반 직업으로 받아들이는 합법화를 매듭지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공중위생관리법을 개정해 눈썹과 아이라인 같은 반영구화장 시술을 비의료인에게도 허용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가 ‘문신 시술 합법화’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법안 통과를 하겠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도 문신사를 별도의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있다. 타투를 비롯한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해 불법으로 엄금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일본 오사카고등법원은 2018년 문신이 의료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기준에도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법과 현실의 괴리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공중보건과 타투를 원하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문신·타투 합법화(일반 직업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대표적 직종이 사회안전망과 법적 보호에서 배제된 특수고용 비정규직인 것처럼, 타투이스트들도 흡사한 노동권 박탈 구조 속에서 고통받아 왔다. 엄연한 직업인이자 노동자임에도 의료법과 보건관리위생법 위반으로 제소돼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의 벌금을 물고 징역형으로 처벌당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타투이스트로 일하는 게 죄가 되는 사회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타투유니온과 연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 준비 1차 간담회에서 만난 타투이스트들의 고충 토로에 내내 공감했다. 변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노동현실이 안타까웠다. 더 많은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노동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린 타투이스트들의 권익보장 보호막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2월27일 화섬식품노조 소속으로 창립된 타투유니온 지지와 연대에 적극 나서 주길 요청드린다.

우리 사회의 가장 막강한 직능단체 중 하나인 의사협회의 반대로 매번 정당한 ‘문신·타투 합법화’ 요구가 좌절돼 온 지 10년이 넘었다. 어렵고 힘겨운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자 권리를 스스로의 단결된 힘으로 찾아가는 타투이스트들을 보며 정당한 직업인이자 노동자로 공인될 날이 멀지 않음을 확신한다.

코로나19 위기가 심각하지만 다시 타투유니온을 주목할 때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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