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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외면하는 국토부 택배종사자 보호조치특수고용직인데 근로기준법대로 휴식 취하라? … 노동계 “분류작업 개선 필요”
▲ 자료사진 강예슬 기자
CJ대한통운 5년차 택배노동자 김수영(가명)씨는 오전 6시20분 집에서 나와 서브터미널로 향한다. 간선차가 허브터미널에서 싣고 온 물량을 분류하고 자신의 차량에 싣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평소보다 물량이 20~30% 증가하면서 김씨의 퇴근시간은 평소보다 한 시간 더 늦어졌다. 물량이 몰리는 날에는 오후 10시30분 퇴근이 예사라고 했다. 하루 15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코로나19로 택배 물동량이 급증한 택배노동자의 안전·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택배종사자 보호조치 권고사항’을 만들어 배포했다. 보호조치에는 택배 노동자가 오전·오후 물량을 나눠 배송하거나, 4시간 근무하면 30분 휴식을 취하도록 해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업무 숙련도가 낮은 신입 택배노동자에게는 숙련 택배노동자 물량의 60~70%를 배정하라는 내용도 있다.

그런데 김수영씨를 포함한 택배노동자는 국토부 권고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생색내기용 탁상행정”이라고 힐난했다. 택배 노동계는 “택배노동자의 과로 문제는 분류작업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체계를 개선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한다.

“택배노동자 상황 고려 안 한 권고안”

국토부는 지난 10일 택배업계 간담회를 열고 택배종사자 보호조치를 준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호조치에는 “신규 택배종사자는 일일 배송물량을 숙력된 택배기사에 60~70% 한도 내로 배정” “근로기준법 등 근로관련 규정을 참고해 4시간 근무시 30분 휴식 제공 등 일일 휴게시간 보장” “오전·오후 배송 물량 나눠 휴식시간 확보” “필요시 지연배송 실시” 같은 내용이 담겼다.

택배노동자의 반응은 차갑다. 김수영씨는 “택배 일이 힘들지만 하려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며 “신입 택배기사가 숙련된 택배기사의 물량 60%(180개)를 한다고 가정하면 300만원가량을 받는데 자동차 보험료·기름값 등을 다 빼고 나면 남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송 건당 수수료 670원을 받는다. 부가세 10%와 대리점 수수료를 모두 제한 금액이다. 신입 기사의 업무 숙련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회사가 추가 물량을 더 준다는 보장도 없다.

4시간 근무 후 30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는 권고 역시 말잔치에 그칠 확률이 크다. 택배노동자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으로, 시간당 임금을 받지 않는다. 택배기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는 대리점주가 기사의 휴식시간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 오전·오후 2회차 배송은 오히려 업무 강도를 높일 수 있다. 2회차 배송을 하면 택배노동자는 배송지와 서브터미널을 두 번 오가야 한다. 동일한 배송구역을 두 차례 방문해야 하니 기름값은 물론 시간도 두 배로 소요된다.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해야”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막으려면 분류작업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택배노동자는 밤 늦게까지 배달하고, 아침 일찍 나올 수밖에 없다”며 “택배회사가 분류작업에 대해 보충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영씨가 일하는 서브터미널에서는 분류작업이 오후 2시30분께 끝난다. 분류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늘어난 물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건을 싣고 오는 간선차가 서브터미널에 늦게 도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택배회사가 간선차를 확대하고 분류작업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염성철 전국택배노조 로젠울주지회장은 “국토부는 열심히 만든 권고안이라고 하겠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분류작업 같은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규 교육선전국장은 “지연배송 허용 같은 제안은 좋지만 당일배송률·친절도 등 CS점수로 평가받는 택배노동자가 원한다고 지연배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권고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평가시스템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물량이 많이 늘어 택배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택배 대리점 의견을 듣고 권고안을 만들었다”며 “오전·오후 나눠 배송하는 부분은 택배업계에 최종 공문을 보낼 때 약간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택배연대노조와 이야기도 하고 회의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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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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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택배기사가족 2020-06-10 13:30:16

    저희신랑은 직영기사입니다. 요즘은 거의 아침에 5시 40분에 나가서 저녁도 못먹고 기본 11시는 넘겨 들어옵니다. 쿠팡에서 넘겨받은 물량에, 대리점에서 거부하는 오지배송에, 파업지역 배송지원에, 영엽부담에, 분류작업에... 10시반에라도 오면 아들 잠들기 전에 얼굴이라도 볼텐데... 수수료도 대리점기사에 비해 턱없이 적고.. 방역에 뭐에 잡일은 다 하고.. 이럴 땐 택배기사 저럴 땐 직원 ㅎㅎ 솔직히 고용노동부의 사각지대는 맞죠. 일한만큼은 받고 싶은게 노동자의 마음이니... 아님 준 만큼만 부려먹든가   삭제

    • 화이팅 2020-04-22 15:25:46

      많이 볼 수 있어서 당연해서 고마움을 잊는 것들이 있는데 택배가 그중 하나 일것이라 생각된다. 물건으로 가득찬 택배차를 보면서 하루에 다 해야한다고 뛰는 기사님들을 보면 고맙고 참 감사하다.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들에 말에 집중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야 힘든 일하면서도 힘이 나실것 같다.   삭제

      • 인간의존엄성 헌법 2020-04-22 02:08:05

        대리점 말을 들으면 뭐합니까 노동자말을 들어야죠
        저런발상이 신기하네요
        노동자보호조치는 노동자말을 듣는게 기초인데
        기초를 영 모르는 부서 같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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