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소속 대표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궤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주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해마다 현장에서는 궤도노동자가 죽습니다. 열차에 치여 죽고, 받쳐 죽고, 감전돼 죽고, 떨어져 죽고, 깔려 죽습니다. 사고만이 아니죠. 높은 노동강도와 교대·교번 근무로 몸과 마음이 골병들어 자살로 죽고, 과로사로 죽습니다. 이렇게 해서 죽은 궤도노동자가 지금까지 2천546명입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단 궤도노동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묵념했다. 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는 궤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4월28일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에 궤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주간을 갖고 먼저 가신 선배 노동자를 기억하며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1899년 우리나라에 철도가 개통된 이후 해마다 21명의 철도노동자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전환된 2005년 이전까지 숨진 노동자가 2천456명, 그 이후 15년간 45명이 희생됐다.

철도공사는 361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기관이다. 부동의 1위다. 지난해 10월에도 밀양역 근처 기찻길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새마을호 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명은 크게 다쳤다. 노동자들은 열차가 달리던 중 곡선구간 선로 보수작업을 했다. 열차감시원이 작업자들로부터 6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무전으로 열차 진입을 알렸지만 선로작업 소음에 묻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상례작업(열차운행을 중단하지 않고 진행하는 철길 작업)은 최소한 7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날 작업은 5명만 투입됐다. 2017년 6월 노량진역에서 선로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사고와 판박이다. 노조는 열차 운행을 차단하지 않고 진행하는 상례작업 금지와 시설 유지보수 작업시 최소 인력 확보를 요구했지만 지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금 달리는 열차는 언제라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승현 협의회 사무국장은 “부품마저 단종된 낡아 빠진 전동차의 내구연한 규제는 없애고 정비인력은 충원해 주지 않은 탓에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상황”이라며 지난 14일 서울 신길역 지하철 1호선 전동열차 탈선사고 사례를 들었다. 사고 전동차는 1996년부터 운행을 시작해 올해 24년 된 열차다. 이명박 정부 당시 예산절감 명분으로 철도안전법을 개정했는데 당시 법 개정으로 철도 차량의 내구연한 관련 규정이 아예 삭제됐다. 그만큼 노후화로 인한 사고 위험도 높아진 상황이다.

협의회는 “궤도 산재사망 노동자 2천546명의 명단은 13개 철도운영기관에서 공식 인정한 최소한의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 명단에는 구의역 김군처럼 비정규직이거나 자회사·협력회사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사고가 드러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산재사망은 해당 기관 통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궤도노동자 죽음의 행렬은 경쟁과 효율을 우선한 철도 정책 때문”이라며 “현장노동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징벌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고, 인력충원과 안전투자를 확대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협의회는 22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플래시몹을 펼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서명운동을 하는 등 추모행동을 이어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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