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노총이 지난 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노총>

경북지역에서 일하는 국가직 공무원 A(29)씨는 지난해 15일의 연가를 받았다. 일이 바빠 10일만 휴가를 다녀왔고 남은 5일은 연가보상비를 받았다. 25만원 정도였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16조의2(연가 사용의 권장)가 정한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할 권장 연가 일수 10일’에 딱 맞는다. 그는 정부가 16일 발표한 ‘국가직 공무원 연가보상비 삭감안’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연가보상비를 못 받는다면 무급으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9일 공무원 노동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삭감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경기도 지역의 지방직 공무원 B(27)씨는 “갑작스러운 연가보상비 삭감 통보에 부서 직원들 모두 놀랐다”며 “공문이 아닌 포털 실시간 검색어로 소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차 3일분의 연가보상비 14만원을 받았다. B씨는 “공무원으로 어려울 때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만 코로나19 비상근무로 못 쉬고 연가보상비도 못 받는 사람들은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민업무도 늘고 야근·주말근무조도 편성했다”며 “하위직 공무원들의 고충이 크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소득하위 70% 가구를 지원하려면 9조7천억원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7조6천억원을 부담하는데 전액을 사업비와 세비·기금에서 마련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무원 연가보상비로 예비한 3천953억원을 모두 삭감했다. 국가직 공무원은 연가보상비를 못 받게 됐다. 정부는 권장휴가를 늘려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비상근무가 늘어난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연가 사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방직 공무원까지 연가보상비를 삭감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구체적 계획이 없다던 정부가 갑자기 이런 안을 내놓았다”며 “공무원 임금이 사회적 기준이 돼서 다른 노동자들 임금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은 “정부의 연가보상비 삭감에 대해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소희·임세웅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