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개헌 빼고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거대 여당이 출현했다. 2017년 5월 노동존중 사회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20대 국회 여당 인사들이 노동개혁 입법과 관련해 입버릇처럼 한 얘기가 있다. “의석이 부족해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이었다. 한편에서는 노동시간단축·최저임금 제도가 뒷걸음질했다. 이제는 보수야당을 핑계 대는 것이 통하지 않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각종 친노동 공약을 쏟아 냈다. 180석의 거대 여당은 그 힘을 어디에 쏟아야 할까. 노동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사회안전망 보장, 최우선 처리해야
최윤수 서비스연맹 조직국장

▲ 최윤수 서비스연맹 조직국장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는 권리와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사용자에게 기본적인 위생용품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급감하는 수입에 생계가 어려워져도 사용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도 요원했다.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에 특수고용 노동자 생계지원 사업이 포함됐지만, 실효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지원도 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사업자로서 지원도 받을 수 없으니 앞이 캄캄하다”는 호소는 신분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애초 이들에게 노조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됐다면 사용자와의 교섭을 통해 안전대책과 생계대책에 대한 요구를 관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용보험 같은 사회안전망이 적용됐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더 많은 지원을 받았을 것이다.

21대 국회는 최우선적으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당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부터 개정해야 한다. 또한 이미 정부안으로 제출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고용보험의 수혜를 받게 해야 한다. 21대 국회까지 갈 것이 아니라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기 전 이미 제출된 개정안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국회는 21대 개원 즉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해야 한다. 또한 실업급여만 지급하는 반쪽자리 고용보험이 아니라, 모든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 산재보험과 같이 직종에 제한을 둬서도 안 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권리와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과 장시간 노동, 노동력 착취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면 사회적 비용을 끊임없이 발생시킬 것이고,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열악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지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를 빠르게 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발생할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임을 유념하길 바란다.

마음껏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세상 만들어야
정태교 금속노련 조직국장

▲ 정태교 금속노련 조직국장

4·15 총선에 대한 한 일간지 사설을 읽고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소득주도 성장론과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과격한 근로시간단축, 탈원전, 노동개혁 후퇴, 기업 때리기, 반(反)시장 규제 등등’ 문재인 정권은 자기편에 이익이 되고 표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만 3년 내내 쏟아 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결국 현 정권은 노동자 편이고, 그 정권에 대해 같은 편인 노동자들이 몰표를 줬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되는데…. 이쯤에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기뻐해야 하는데, 매우 허전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긴 말 필요 없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노동자와 국민이 몰표를 줬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자기 편 위주로 생각하고 결단하고 행동하면 좋겠다.

대한민국 노동자 중 90%가 노조 조합원이 아니다. 헌법 33조의 노동기본권은 현실에서는 그저 선언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소위 세계 일류 대기업에서는 숨어서 노조를 설립해야 한다.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그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싶어 한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산업현장에서 노조에 가입하고 싶은 국민이 마음껏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권리만이라도 만끽할 수 있는 세상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4년 뒤 21대 국회의원들은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당 압승 잘해서가 아냐, 실망한 4년 되풀이 말길
문현군 노동평등노조 위원장

▲ 문현군 노동평등노조 위원장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지난 4년간 실망과 좌절을 안겨 줬다. 노동자·서민을 위한 정치보다 가진 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가진 자들의 눈치를 보는 국회로 전락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 희망을 가졌다.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다.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화합의 정치와 노동자·서민들이 잘살고 공정한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해 주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국가치고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않은 나라가 없다. 노조를 통해 기업 운영을 홍보하고,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비정규직이 없는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정치를 바란다.

공공부문 민영화의 피해를 유럽이나 미국에서 확산된 코로나19로 절실히 깨달았다. 공공서비스 분야의 민영화로 수많은 목숨이 이 세상을 떠났다. 민영화한 공공부문을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노선버스를 포함해 대중교통 공영제를 시행해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 사용사유 제한 입법과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 3권 보장, 자영업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 프랜차이즈업에 대한 적정 마진율 보장,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한시적 해고제한법 시행. 많은 노동자들과 소상공인 서민들은 이런 것들을 해결해 주기를 희망하면서 한 표 한 표를 행사했다.

다시 한 번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희망을 가져 본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UFC 경기장이 대한민국 국회다. 이제는 이러한 잘못된 모습은 과감히 벗어 버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성숙한 정치를 해 주기를 바란다.

아무쪼록 당선된 국회의원 당선자들께 축하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2년 후 지방선거와 대선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의 선택과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치를 할 경우 노동자·서민 모두가 외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소통하는 21대 국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여당, 노동존중 초심 회복해 ILO 기본협약 비준하라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도 아직 위험 상황에 놓여 있다.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규제완화를 필두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유예부터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같은 노동유연화를 요구했다. 노동 3권 제한까지 포함해 노동개악으로 점철된 정책·입법과제를 건의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경영계가 아니라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위험하게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경영계는 경제가 힘드니, 고통을 나누자며 기업이 먼저 사는 길을 요구했다. 결국 정리해고제가 도입됐고, 공공부문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노동자만 고통을 분담한 채 수십 년이 흘렀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어떠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없었던 결과인 180석을 얻어 거대 여당이 됐다. 이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을 개정하는 것 말고는 예산을 포함한 어떠한 안건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국회의원선거 결과는 21대 국회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국회가 될 것임을 보여줬다. 지난해 국회에서 경영계와 더불어민주당·정부가 논의했던 노동개악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지 않기를 바란다. 노동자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공약의 초심으로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고, ILO 기본협약을 우선 비준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영계의 요구만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민낯이 드러난 사회보장 제도를 손봐야 한다. 취약계층인 건설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사회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기업은 살리고 노동자에게는 해고와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사는’ 대한민국, 2천만 노동자와 국민을 위해 180석의 힘을 사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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