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20대 국회 환노위는 위원정수 16명 중 여당위원 7명, 미래통합당·민생당·정의당 등 야당위원 9명으로 구성돼 여소야대로 운영됐다. 여야의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위원구성에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21대 국회 환노위는 여당이 압도적 과반을 점하며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합의제 운영하는 환노위, 거대 여당 독주는 어려울 듯

16일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의 총선공약집 노동정책을 살펴본 결과 21대 국회 환노위는 각 정당 간 치열한 샅바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제로 운영하는 환노위 관례상 노동시간단축과 최저임금법 개정, 노동기본권 확장 같은 노동의제를 두고 충돌할 것으로 점쳐진다. 자칫하면 20대 국회처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노동시간 공약은 3당 3색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정착에 집중한다. 노동시간단축을 시행하고 인정받으면 다음해 산재보험료를 할인해 주거나, 신규채용 인건비와 기존직원 임금감소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의당은 2022년에 연간 노동시간을 1천800시간으로 낮춘다는 복안이다.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고 연차휴가를 현행 15일에서 25일로 늘인다. 미래통합당은 노동시간단축보다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집중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도입요건 완화를 추진한다. 지금은 근로자대표 서면합의가 있어야 도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해당 직무 근로자대표와 협의만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소득자는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 확대를 추진한다. 정의당과 미래통합당이 공약에 따라 각각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법 개정과 특수고용직 보호방안 견해차 커

최저임금법 개정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통합당은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차등적용을 추진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숙식제공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고, 1년마다 결정하는 주기를 2년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개별 근로자 합의로 유급휴일을 무급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업 지불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자고 했다.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 논란이 예상된다.

정의당은 최저임금에 연동해 고위공무원과 임원의 임금을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도입을 추진한다.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최저임금법 7조(최저임금의 적용 제외) 삭제도 요구한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 등 플랫폼 노동자 보호방안은 21대 국회 출범 직후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배달노동자와 기업이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얼굴을 맞대고 있는 데다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도 플랫폼분과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하면 국회는 의제를 수용할 공산이 크다.

해법은 3당이 다 다르다. 미래통합당이 제시한 해법은 충격적이다. 공약집에서 미래통합당은 “현행법상 근로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다수의 일하는 사람을 위해 맞춤형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자유로운 노동시장을 전제로 플랫폼 고용자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계약을 위한 근거 및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짧은 문구이지만 포함하는 내용은 가볍지 않다. 가칭 고용계약법을 제정해 플랫폼 노동자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인데,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말고 당사자가 고용계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7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근기법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며 “새로운 산업환경과 근로형태에 맞는 노동자유계약법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근대시대 도래 후 도입한 노동법 체계를 과거로 되돌리자는 것으로, 한국경총 등 재계의 주장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19대·20대 국회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산재보험 적용대상 특수고용직을 확대하고 고용보험 적용까지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산재·고용보험 적용범위를 전체 취업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의당은 근기법상 노동자 정의를 확대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모두가 근기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가칭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해 배달노동자 등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하고 안전보건대책을 마련한다.

일자리 정책 강화·보건의료인력 확충에는 의견 일치

IT노동자 보호와 일자리 정책 강화에 대해서는 세 당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구체적 해법은 차이를 보인다. 정의당은 IT업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을 위해 포괄임금제와 특별연장근로제 폐지를 추진한다. 근로감독관을 확대하고 IT노동 분야에 특화한 근로감독을 시행한다. 미래통합당은 가칭 청년스타트업지원공제회를 신설해 정보통신기술(ICT)·스타트업 노동자의 건강관리와 복지를 지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주 등에서 추진한 상생형 일자리를 계속 추진한다. 환경·보건·복지·교통·범죄예방·공공관리 분야의 사회적 일자리를 확대한다. 구직자 전담 상담사(취업코디)를 통해 취업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의당은 직업계고 첫 월급 250만원 보장을 위한 행정·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은 최저임금제 개편·유연근로제 확대를 통해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보건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세 당의 의견이 일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인력 확보를 공약집에 제시했다. 총선을 앞두고는 보건의료단체협의회와 간호사 등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정책협약을 맺었다. 정의당은 공중보건인력을 확충하고 의료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이들을 보건직 공무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래통합당은 보건복지부에 간호전담부서인 간호정책과를 설치하고 간호사 처우개선과 인력확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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