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변화의 결과를 책임지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그 결과란 노동자·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지역과 노동현장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정당을 조직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이 존경받는 이유는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화 이후 최초로 진보정당을 세우고 키워 냈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을 강하게 만들고 성과를 내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이은주(51·사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를 만났다. 이 후보는 27년간 서울지하철(서울교통공사) 역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후보’다. 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서울지하철노조(현 서울교통공사노조)에서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며 굵직한 임무를 맡아 왔다. 현재 정의당 시민을위한공공기관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5번으로 출마했다.

노동정치 중요성 깨달은 두 번의 경험

- 정치를 시작한 배경은.
“처음엔 정치는 때 묻은 것, 권력을 추구하는 것, 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는 반정치주의자였다. 노조활동과 현장의 경험이 저를 변화시켰다. 정치적 힘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깨우친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 뒤 서울지하철 해고자 복직문제를 직접 다루는 걸 보면서 ‘아, 정치의 힘이 중요하구나’를 느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해 해고자가 반복해서 발생했고 10년간 풍찬노숙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난다. 일터로 돌아오는 동료들을 보면서 정치를 부정할 게 아니라 선용하면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느꼈다.”

다음은, 서울지하철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조 내부 논란이었다. 2016년 서울지하철노조가 대규모 사업장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실현했지만 뜻밖에 노조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신규입사한 청년조합원들이었다.

“권위주의 정권 탄압하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현장이었어요. 이 문제로 갈라지고 깨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죠.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기업 울타리 안에서의 정규직화는 한계가 있구나. 저는 청년조합원들의 이기주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더구나 조합원 간 세대갈등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 역시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시험공부를 했을 테니까요. 결국은 차별을 만드는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이게 곧 정치의 역할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입사 초기부터 노조활동을 했다. 입사 이듬해인 1994년 6월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전지협) 파업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서울지하철노조와 부산지하철노조,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로 구성된 전지협은 3% 임금 가이드라인·변형근로제 철폐 등을 요구하며 동맹파업을 단행했다.

“전지협 투쟁을 이유로 저는 직위해제됐죠. 굴하지 않고 노조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여성부장과 정책부장을 맡았는데 모두 여성 최초였네요. 이후에도 여성 최초 지회장과 정책실장을 맡았죠. 정책실장을 하면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 때 통합노조를 추진하고, 노동이사제 도입 과정에서도 역할을 했어요. 지금은 서울지하철 성신여대입구역 역무원입니다.”

‘일하는 시민의 정당’ 정의당 “후진은 없다”
‘떴다방’ 말고 정의당에 힘 실어 달라

정의당은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일 자정(0시) 지축철도차량기지를 방문해 심야근무 노동자를 격려하는 것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의당은 ‘모든 일하는 시민의 정당’입니다. 공식 선거운동 첫 출발지로 지하철 현장을 찾은 것에 뿌듯했지요. 저도 동행했습니다. 지하철 노동자 사이에 유행어가 있어요. ‘절대 후진하지 못한다.’ 정의당이 지하철 현장을 찾은 것은 어려운 조건에서 고군분투하며 절대 후진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라고 봅니다.”

- 정의당은 선거공보물에서 “70년 낡은 양당 정치를 넘어 지금 당장 정치교체”를 내세웠다.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꾼 이유는 우리 사회의 다원적 정치질서를 위한 것이었다. 시민의 이해와 요구가 다양하다. 다양한 정당을 통해 균형 있게 대표돼야 시민의 이익도 폭넓게 보호된다. 지금은 거대 양당체제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립적 거대 양당 정치로 더 이상 시민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 정치적 내전을 막고, 가난한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정의당이 역설적으로 더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밀어닥칠 경제위기는 곧 고용·노동의 위기다. 정의당 없는 21대 국회는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정의당은 교섭단체 실현을 목표로 뛰고 있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색해졌다. 공직선거법 어떻게 바꿔야 하나.
“결론적으로 선거법 이대로 안 된다. 시민에게 면목 없는 제도가 됐다. 거대 양당 독점정치를 더 강화하는 제도로 악용됐다. 선거가 끝난 뒤 정당 간 대화를 통해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과정을 통해 분명히 깨닫게 된 것은 선거제만 바뀐다고 정치적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도는 조건에 불과했다. 정당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시민의 힘을 어떻게 조직해 내느냐, 그것이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 노동당은 스스로 정치적 힘을 확대하는 오랜 과정을 통해 2당인 자유당을 대체했다. 민주주의 완성의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제도개선에 쏟았던 힘만큼 당의 조직력과 실력을 키워야 한다.”

▲ 정기훈 기자


‘노동선본’ 구성, 노동자 밀집지역 찾아 지지 호소
“노동정치, 코로나19 이후 노동위기 대응 선도해야”

- 후보와 정의당은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노동 3권 보장 같은 많은 노동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 당 노동공약은 이른바 ‘전태일법’으로 축약되는, 다른 추가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적확하며, 이대로 이뤄져야 한다. 총선 정책과 공약을 준비하면서 제가 고민했던 것은 불평등 문제다. 불평등에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 미래는 어둡다. 그간 정치에서 배제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가 정의당을 통해 정치를 말하고 자신의 권리를 넓혀 가는 게 정의당 역할이다.”

- ‘민주노총 지지후보’다. 진보정당 경쟁 속에서 노동자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은.
“저는 노동자이자 당원이다. 당의 노동자 당원이 노동정치 변화를 위해 출마했다. 당은 노동정치 노선과 비전을 정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를 조직하는 게 필요하다. 조합원 다수가 정의당을 정치적 대표체로 신뢰하도록 현장을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

이 후보는 “정의당에는 어느 정당보다 노동자 후보가 많다”며 “노동자 후보들이 꼭 21대 국회에 들어가서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의당에서는 민주노총 출신 비례대표 후보 6명과 지역구 후보 7명이 출마한 상태다. 현재 이 후보를 비롯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 중심으로 ‘노동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해 창원과 울산, 경주 등 각 지역을 찾아 지역구 후보들을 지원하고, 산별간담회를 열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고용·노동위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독일 금속산업 노사처럼 ‘위기협약’ 같은 게 필요하다. 노동정치가 선도해야 할 부분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위기는 전 세계 경제위기다. 하반기에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정리해고 금지, 임대상가·집세 동결, 해고금지를 전제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실현해야 한다. 재난기본소득도 당장 사람이 죽고 있는데 지난해 소득이 얼마였지를 찾고 있다. 일단 지급하고 사후정산하면 된다. 노동정치가 선도적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데 나서야 한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무상교육·무상의료를 제기했을 때 기성 정당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지금은 보편복지가 현실이 됐다. 진보정당의 역할이 그것이고, 정의당이 20년간 추구해 온 역할이다. ‘떴다방’인 위성정당이 아닌 정의당에 시민들이 힘을 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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