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8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코로나19 발생 현장을 거쳤다는 이유로 고용을 거부한 건설사를 규탄하고 생존권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건설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현장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건설노동자 고용을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건설노동자의 근무 이력을 핑계로 현장 투입을 금지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건설노조는 8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들어설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의 설비업체인 세방테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여의도 파크원 건설현장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4명씩 한 팀으로 구성된 덕트 노동자 8명의 고용을 거부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달 1일 출근이 예정돼 있던 덕트팀 노동자 4명에 대해 세방테크가 이들 중 한 명이 파크원 현장에 근무했다는 것을 근거로 팀 전원의 고용을 거부했다. 또 지난달 다른 덕트팀 4명 역시 같은 이유로 고용을 거부했다.

문제는 해당 노동자 8명 모두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는 점이다. 2월2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파크원 현장은 3주간 공사중지와 접촉의심자에 대한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뒤 현재 공사가 재개된 상황이다. 1일 출근하기로 돼 있던 덕트팀 중 현장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된 1명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다. 지난 3월 고용이 거부된 덕트팀 4명은 파크원 현장에서 일하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에 이미 퇴사했다.

고동철 노조 서울건설지부 덕트분회장은 “2일 설비업체 소장을 상대로 부당한 고용거부라며 항의했지만 ‘고용권한은 자신에게 있고, 예방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을 들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코로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데도 고용거부가 발생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원도급자인 대림산업측은 “설비업체의 건설노동자 채용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며 “블랙리스트 같은 건 있을 수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노조는 “부당하게 고용을 거부하는 업체에 대해 정부가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건설 현장이 폐쇄돼도 휴업수당을 비롯한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다”며 “건설업계에 저리로 대출해 준다는 대책만 내놓고 있는데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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