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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렵고 행정편의적인 산업재해 인정이숙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이숙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 사회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최근에 경험한 몇 가지 사례를 마주하며, 여전히 산업재해 신청과 인정절차에서 산재노동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공단의 행정편의적인 절차의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지난주 연구소로 한 청년노동자가 찾아왔다. 거제도에 있는 대형 조선소 하청업체에 입사한 지 이틀 만에 배 안 부실한 족장을 디뎠다가 발이 빠지는 사고를 당해 어깨와 무릎을 다친 산재노동자로, 산재보험 신청에 관한 상담을 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 입대를 기다리는 동안 돈을 벌기 위해 아는 사람의 소개로 조선소에서 일하게 됐다. 하지만 일한 지 이틀 만에 사고가 발생했고, 산재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은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 담당자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회사 근처 1차 의료기관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했으나 어깨 부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자 2차 병원으로 옮겼고, 정밀검사(CT 검사)를 했으나 입원 후 상태를 더 지켜보자는 병원의 소견을 받았다. 1차 병원에서 무릎 부상으로 깁스를 했지만 입원해 어깨 상태를 더 확인해 보자는 병원 소견은 무시된 채 어깨 골절이 아니라는 이유(사고성 재해로 인한 부상은 아닌 것 같다는 업체 담당자의 임의적인 해석)로 결국 산재노동자는 임시 거처로 묵고 있는 숙소로 이동하게 됐다. 이후 회사는 사고성 재해로 인한 질환이 아니기에 책임이 없으니 근로계약서를 쓴 업체에 책임을 물으라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어깨가 계속 아팠기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집 근처 병원에서 정밀검사(MRI검사)를 받았고, ‘전후방 관절와순 파열로 봉합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옮긴 병원에서도 산재신청을 위한 소견서를 작성해 달라고 하자 난색을 보이며 산재를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병원의 답변을 들었다. 사고로 다치고 아픈 것인데, 왜 병원에서조차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하는지 답답했고,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다. 더욱 억울하고 힘든 건 일한 지 이틀 만에 사고가 발생했기에 배치 전 건강검진 비용도, 안전보호장비 구입비도, 노동자가 직접 지불한 상황이었고, 이제는 병원비(어깨 MRI검사비 등)까지 부담한 상황이기에 휴업급여는 못받더라도 치료비는 꼭 받고 싶다며 호소했다.

생계를 위해 일하러 간 현장의 미흡한 안전보건조치로 산재를 당했지만, 무책임한 회사와 무능력한 의료기관의 행태는 노동자 개인에게만 고통을 전가하고, 오히려 산재보험 신청 과정은 노동자에게 절망이 됐다. 이러한 사례가 어디 이것 하나뿐일까? 위험하고 불안한 사회와 일터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가 이러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며, 은폐되거나 드러나지 않을 뿐 결국 타협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회의 과정에서의 문제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월 중순부터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는 산재노동자에게 질병판정위 심의회의에 가능한 한 참석하지 말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만약 조사된 내용 외 추가 의견진술이 필요할 경우 본인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이나 서면으로 된 진술 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한 달 보름이 지난 최근엔 방문을 통한 의견진술을 원하는 노동자는 코로나19 사태 중단까지 무기한 심의회의를 연기하겠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대부분 노동자는 산재신청을 해 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물며 업무상질병 인정은 어떠한가? 아픈 노동자가 겪고 있는 질환이 직업과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질병판정위 심의회의에서의 의견진술은 산재노동자에겐 중요한 소명 절차이자 산재인정을 높일 수 있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동영상이나 서면진술로 대체하라는 근로복지공단의 일방적인 요구는 동영상이나 서면진술 작성이 힘든 노동자에겐 또 다른 장벽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한 달반 이상 지속돼 왔고, 향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산재노동자에게만 양해를 요구하는 이러한 행정처리는 산재노동자의 진술권을 배제하는 행정편의적인 방식일 뿐이다. 오히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노동자의 진술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좀 더 간소한 인정절차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숙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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