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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세계의 쟁점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 특성상 조기 종식이 어렵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데, 전파력은 너무 강하다. 심지어 무증상 감염이 많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방역을 해야 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방역 대책도 무자비한 것들뿐이다.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물리적 거리 두기를 계속하거나, 아니면 국민 상당수가 감염돼 면역력을 얻는 것이다. 전자는 경제적 피해가 엄청나고, 후자는 인명 피해가 크다. 둘 다 선뜻 선택하기가 어렵다. 현재 세계 각국은 이 둘 사이 어딘가에서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코로나19 사태도 수습은 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두고두고 세계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본다.

첫째, 반세계화 인종주의 창궐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은 이제 서로를 믿을 수 없다. 각국은 2월부터 일방적으로 국경을 봉쇄해 극심한 혼란을 만들었다. 바이러스 확산을 다른 나라 책임으로 떠넘기는 정치인의 선동도 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코로나로 불렀고, 중국에서는 미국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음모론이 널리 유포됐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은 자국 경제를 먼저 살리겠다고 이전보다 더욱 무역 장벽을 높게 세울 것이다. 보건 문제를 이유로 수시로 국경을 봉쇄할 수도 있다. 세계가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특히 이런 반세계화는 남미·동남아·아프리카 등 자력으로 경제와 보건을 챙기기 어려운 국가들에 더욱 큰 피해를 입힐 것이다.

둘째, 정부의 빚더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장기 국가채무 통계로 추정해 보면, 2020년 주요 선진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1944년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와 현재가 비슷한 상태라는 것이다. 물론 상황은 현재가 더 안 좋다. 1940년대 국가채무 비율은 급속도로 높아졌다가, 다시 급속도로 낮아졌다.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초고속으로 상승하던 시기라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사라지자 경제가 빠르게 좋아진 것이다. 폭격으로 생산성 낮았던 기존 설비들이 모두 사라진 것도 역설적이지만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현재는 국가채무 비율이 2008년 이후 10년 넘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급속도로 더 상승했다. 현재의 국가채무 상승은 기저질환이 전염병으로 악화한 것과 비슷하다. 국가채무 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낮아질 가능성도 없다. 빚더미를 짊어진 선진국 정부들은 이전 같은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펴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업부채다. 정부만 빚더미가 아니라 기업도 빚더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낮은 이자율과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해 빚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지난 10년간의 세계 경제성장에는 기업부채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경제침체로 기업들은 더 많은 빚을 져야만 생존 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현재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기업 채권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모두 줄도산 직전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것은 재정과 통화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발 연쇄 부도가 정부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넷째, 실업자와 비정규직의 확산이다. 미국에서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로 실업수당 신청자가 폭증했다. 아예 비교 가능한 역사적 사례가 없을 정도였다. 각국 정부가 한시적 해고규제,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실업보험 확장, 가계 긴급지원,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대출 등으로 실업률 상승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업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세계적 파견업체들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파견업체를 통해 코로나19로 호황을 보는 업종으로 대규모 일자리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는 당연히 불안정하고 임금도 낮다. 실업자는 증가하고 일자리의 질은 더욱 나빠진다.

다섯째,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현 세계 질서와 경제체제의 총체적 실패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유부터 보건위기가 경제위기로 확장된 이유까지, 현 사태는 이윤 추구를 절대적 목표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야생동물을 산업화할 경우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할 것이다. 또한 보건위기·환경위기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없는 경제는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그런데 이윤 추구가 안 되면 생산 자체도 멈춰 버리는 자본주의 경제는 이런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본주의를 어떤 식으로든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세계 시민 모두가 인식하게 될 것이다.

여섯째, 그런데 이 모든 쟁점이 진보가 아니라 퇴행으로 수렴할 가능성도 있다. 1930년대 독일의 대혼란은 나치즘으로 해결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혼란은 트럼프 집권으로 이어졌다. 낡은 것이 사라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을 때, 시민들은 진보보다 퇴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진보세력이 성장하지 않으면, 세계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뒤로 돌아가는 길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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