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공무원노조 10기 집행부가 임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전호일(48·사진) 위원장은 3월 임기 시작 후 노조 지역본부를 순회 중이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숙제는 만만치 않다. 정부는 직무급제 도입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하반기에는 공무원연금 개편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노조가 방어해야 할 현안들이다. 전호일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투쟁하라고 세워 준 위원장 자리”라고 말했다. 선거에서 그는 “30만 총궐기로 공적연금강화 투쟁에서 승리하겠다”고 공약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국민 노후를 책임질 수 있도록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가 제안할 공적연금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노조 법원본부장, 법원본부 수원지부장, 노조 7·8기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1월 선거에서 60.0% 득표율로 당선한 그는 2022년 2월까지 노조를 대표한다.

“3040이 만든 노조인데 지금은 50대가 주축
젊은 간부 양성하겠다”


- 선거에서 많은 조합원 지지를 받았다. 예상 밖의 결과라는 얘기가 노조 안팎에서 나왔다.
“노조 법원본부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투쟁 성과를 조합원들이 인정해 줬다. 법원본부 차원의 투쟁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앞장섰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투쟁이 보도되면서 많은 조합원과 국민이 공무원노조 활동을 지켜볼 수 있었다. 투쟁에서 승리해 본 경험이 우리에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고 개선해야 하는 막중한 투쟁 과제가 노조 앞에 놓여 있다. 잘 싸울 사람이라고 보고 저를 선택했다고 판단한다. 잘해야 한다.”

- 선거가 매우 치열했기 때문에 갈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당선 뒤 대의원대회에서 인사할 때 경쟁했던 분들의 주요 공약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집행부를 구성할 때도 포괄적으로 해 보자고 제안했다. 쉽게 되지는 않더라. 많은 분께 집행부 동참을 제안했는데 여러 사유로 거절했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선거는 항상 치열했다. 결과에 승복하고 집행부에 힘을 실어 주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에서 오는 장점도 있다. 우리 조합원은 각종 선거를 직접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선거에 대한 관점이 명확하다. 조합원의 뜻을 하나로 모으려 한다. 조합원들 입장에서 투쟁사업을 하면 단결할 수 있다.”

- 지난달 23일이 노조 창립 18주년이었다. ‘젊은 노조 만들기’를 강조했다.
“노조설립과 활동 과정에서 해직된 공무원 중 136명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이 투쟁에 나섰던 나이대를 역추산하면 3040이었다. 가장 열심히 일하고, 직급이 높은 공무원들이 투쟁에서 앞에 섰다. 그런데 지금 노조의 주력은 50대다. 과거보다 조직이 늙었다는 얘기다. 그동안 새로 들어오는 조합원들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준비하지 못했다. 신규 공무원이 늘면서 2030 조합원이 전체 조합원의 절반을 이미 넘었다. 8~9기 집행부부터 2030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간부 양성사업을 시작했다. 일정 정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금 지부 간부 중 300여명이 2030 특별위 사업으로 배출됐다. 청년 간부 양성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들이 노조의 주축이 돼야 한다.”

“설립신고했지만 해직자 상처는 아물지 않아
20대 국회 특별법 처리해야”


- 해직자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조 설립신고가 됐는데도 과거 상처는 그대로다. 20대 국회가 총선 후 한 번 정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에 투쟁을 집중하려 한다. 부족하지만 정부·여당과 노조가 공감대를 이룬 해직자 복직 특별법이 상정돼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의원들도 대체로 법안 취지에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법안 처리 협상을 하지 않으면서 국회 행안위에서 특별법 제정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처리하도록 역량을 쏟겠다. 20대 국회가 해직자 복직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 정부는 올해 공무원연금 재정추계를 한다. 2015년에 이어 하반기에 공무원연금 개편 논의가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전 연금 개악으로 공무원연금 수익비는 국민연금보다 떨어졌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낸 돈의 1.5배를 받게 돼 있는데 공무원연금은 1.48배를 받는다. 공무원연금 보장성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보수언론과 재계는 ‘연금에 혈세가 투입된다’며 개악을 요구할 것이다. 이 같은 행동을 공적연금을 파괴하고 사적연금으로 유도하려는 연금의 민영화라고 규정한다. 조합원들도 이런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연금 논쟁이 불거질 때 각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정보를 줘야 한다. 세금이 들어가니 연금을 줄어야 한다는 세금논쟁을 국민 노후보장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 압도적 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유일한 대책은 기초연금·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뿐이다. 공무원연금은 공적연금을 공격하는 이들의 최우선 먹잇감이다.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공적연금강화투쟁을 할 것이다.”

- 어떤 대안을 갖고 있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고, 국민연금에 개인이 납부하는 기여금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으로 실제 노후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기업들은 자기 부담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민간보험사들도 보험상품 판매가 줄어들 수 있어서 반대할 것이다.”

- 공무원 노동계의 다른 한 축인 공노총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계획인가.
“전체 공무원이 하나로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다. 두 조직 간 크게 다른 상황이 두 가지가 있다. 우리는 상급단체가 있다. 해직자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조합원은 많은 조합비를 납부한다. 해직자 복직이 해결되고 상급단체에 대한 의견을 통일하면 하나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 당장은 어렵다. 우선은 일상적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 이미 지난해 정책협의체를 꾸렸고 사안별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조만간 시작할 대정부교섭에서도 공동대응한다. 공무원연금 개편 국면, 공직사회 직무급제 도입 반대 투쟁도 함께하기로 했다. 직무급제 대안을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은 두 조직이 예산을 모아 함께하고 있다. 제가 대정부교섭 노조대표 교섭위원이다. 공노총이 먼저 양보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서로 힘을 모으고 있다. 같이 투쟁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
 

▲ 정기훈 기자

“공무원에게 정치표현 자유 있었더라면
국정농단·4대강 사업 없었을 것”


- 공무원노조에 주어진 소명,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이 공무원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재난상황에서 공무원에게 주어진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을 노조는 깊이 체감했다. 최근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했다. 올해 대정부교섭에서는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의제를 요구하려 한다. 노동법원 설치와 우체국 공공성 강화, 정부부터 비정규직 폐지, 국방비 감축과 교육복지 예산 증액, 농민수당 신설, 보편적 복지체제 구축을 말할 거다. 정부는 교섭의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필요하다. 공무원노조가 보편적 복지와 사회개혁을 외치며 정부와 대면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이 과정에 민중단체들과 연대로 사회 의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 대개혁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공무원의 사회적 지휘를 높이는 투쟁을 해 보려 한다. 함께해 달라고 조합원들에게 요청드린다. 정부는 공무원에게 정치기본권·노동기본권을 부여하는 것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에게 정치표현의 자유가 있었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중단되거나 견제받을 수 있었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노조 농림부지부장은 한미 졸속협상을 비판하는 글을 노조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징계를 받았다. 공무원 노동자도 노동자로서 온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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