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여파로 성수동 제화거리에서도 일감이 뚝 끊겼다. 아직 낮인데, 제화공들이 일찍 퇴근한 공장이 쓸쓸하다.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힘들지 않냐고요? 힘들다는 표현으론 부족해요.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제화공 A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줄어 제화업체와 제화공들도 생계위협을 겪고 있다며 한 얘기다.

30일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지부장 정기만)에 따르면 매년 2~3월은 제화업계 성수기로, 주문이 많아지기 시작할 때지만 올해는 주문 물량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신발을 만든 만큼 업체에서 공임을 받는 제화공들도 물량이 적어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기만 지부장은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이 봄맞이용 새 옷이나 신발을 사기 때문에 주문이 늘어 제화공들도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곤 한다”며 “지금은 하루 3시간 일하는 분도 있고 한 달에 30만원 정도 번다는 사람도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힘든 정도가 아니다”며 “나한테 와서 건설쪽 일을 좀 알아봐 달라고 하는 제화공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매일노동뉴스>가 만난 제화공들 모두 “비수기도 이런 비수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예년에 비해 일감 90% 줄었어요”

신발 브랜드 원청업체에서 일하는 A씨가 그렇다. A씨의 경우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일감이 90% 가까이 줄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충분히 쉬면서 일을 해도 오전 11~12시면 퇴근한다. 지난해에는 오전 6시반에서 7시 사이에 출근해 오후 6시에서 7시쯤에 퇴근했다. 자연스럽게 수입도 줄었다. 지난해 한 달 수입이 320만~350만원이던 A씨는 이달 40여만원을 받았다. A씨는 “지난달에도 수입이 조금 줄긴 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이번달 상황이 특히 심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주변 제화공들 중에는 생계를 위해 건설쪽으로 가기도 하고, 나이 드신 분들은 경비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개인 가게에 내다 파는 신발을 만드는 하청업체 제화공 B씨도 수입이 예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같은달 250만원에서 300만원을 벌었다면 이번달은 수입이 12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B씨는 “지난해 봄 하루 15~16시간씩 일했는데, 올해는 3~5시간 일한다”며 “원래 바쁠 시기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없어서 다 굶어 죽게 생겼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계절을 앞서 신발을 미리 생산하는 업체 노동자 상황도 비슷했다. 구두 브랜드 하청업체 제화공 C씨는 “최근까지는 코로나19 이전에 주문받은 여름 신발을 만드느라 일감이 있었는데, 지난주부터 일이 크게 줄었다”며 “원래 여름 신발 제작이 마무리되는 이즈음 가을·겨울 신발 주문이 이어서 들어와야 하는데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비싼 임대료에 코로나19 여파까지”

제화공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지부는 제화공 고용형태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완규 지부 부지부장은 “성수동 제화업체 중 제화공 노동자성을 인정한 곳은 세 곳뿐”이라며 “고용유지지원금을 비롯한 정부 지원을 받으려 해도 제화공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화공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받기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화업체들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기만 지부장은 “성수동은 임대료가 비싼데 코로나19로 신발을 사는 사람은 없으니 작은 업체들 중에는 힘들어서 문을 닫으려고 하는 곳이 있다”며 “성수동 제화거리만 봐도 요즘 지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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