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자회사 LG헬로비전이 고객센터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케이블방송 기사의 임금을 2022년까지 LG유플러스 자회사 홈서비스센터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희망연대노조와 합의했다. LG헬로비전 협력업체 노동자가 직접고용을 통한 고용안정과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한 지 147일 만이다. 원청이 추가 재원을 협력업체에 지원해 노동자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 당장 직접고용 전환을 하지 못하지만, 노조는 원청과 ‘조합원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24일 천막농성장을 정리했다.

LG헬로비전과 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옛 CJ헬로고객센터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LG헬로비전 사옥에서 ‘홈서비스센터(고객센터) 조합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합의’에 조인했다. 지부 조합원들은 LG헬로비전과 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고객센터에서 케이블방송·인터넷 설치·수리·철거 기사로 일한다. 노조는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 절차가 본격화하자, 피인수기업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을 상대로 집회와 노숙·천막농성을 이어 왔다.

“원청, 임금·산업안전 수준 개선 약속”

노사는 이번 합의안 도출을 위해 지난 1월13일부터 7차례 만남을 가졌다. 노사가 체결한 합의서에 따르면 원청은 2022년까지 고객센터 조합원 임금이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수준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홈서비스센터는 LG유플러스 자회사로 유·무선 네트워크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기사와 인터넷·IPTV 설치·수리·철거 기사가 속해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홈서비스센터 노동자 기본급은 212만원이다. LG헬로비전 협력업체 노동자의 기본급이 175만~194만원임을 감안하면 협력업체 노동자 기본급은 2022년까지 최대 37만원 오른다.

원청은 협력업체의 산업안전과 근무환경 역시 홈서비스센터 수준으로 개선한다. 이를 위해 원청은 필수 안전장구류를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1분기 안에 지급하고, 안전환경 조성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김아무개 조합원이 고객 자택 옥상에서 케이블·인터넷선을 설치하던 중 쓰러져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에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불법도급 논란을 일으켰던 일부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형태와 임금체계도 정상화한다. 회사는 “개인도급형태(자재비 차감, 업무비용 개인 부담 등)로 근무하고 있는 조합원을 협력사가 정규직 형태로 전환하도록 조치한다”고 약속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는 정보통신공사업자가 아닌 이가 도급을 받거나 시공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지만, 몇몇 고객센터는 비용절감을 위해 개인도급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고용구조개선협의체 운영, 과제로 남아”

원청과의 합의로 적잖은 진전을 이뤘지만 협력업체 노동자 직접고용 전환 등 숙제는 많이 남아 있다. 원청은 합의서를 통해 “회사는 조합원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운영해 고객센터 운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협력사 조합원 고용구조 개선방안을 성실하게 논의한다”고 약속했지만, 논의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2022년까지 홈서비스센터 노동자 임금수준으로 개선한다는 합의 역시 노조가 한국경총과 교섭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LG헬로비전 고객센터 운영사는 경총에 교섭권을 위임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매년 인상금액을 구체적으로 원청과 합의하고 싶었지만, 원청은 법적인 사용자가 아니라 이를 합의서에 담을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며 “원청이 조합원 임금인상·복지수준 개선을 위한 추가재원을 협력사에 지원하겠지만 구체적인 인상금액은 협력사(경총)와 교섭에서 이야기하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지난 1월부터 2019·2020년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집중교섭을 경총과 하고 있다. 노사 이견이 크지 않은 단체협약 조항들은 대부분 합의했지만 복지(공휴일·경조휴가 등)·업무지원 비용·근무평가·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등 비용이 소요되는 단협안과 임협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윤진영 노조 교육선전국장은 “노조는 이달 31일까지 경총에 집중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타결하자고 최근 제안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3월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며 “교섭 타결을 위한 투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헬로비전측은 “고객센터와의 상생 차원에서 근무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조와 합의했다”며 “근로자 처우가 다양한 차원에서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특히 안전과 보건에 관한 내용은 즉각적인 조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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